교통범칙금 대납 다단계사 극성

중앙일보

입력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거둬 교통범칙금을 대신 내주는 '범칙금 대납 다단계회사' 들이 성업 중이다.

교통위반 사진 신고 포상제, 안전띠 미착용 단속 등 올들어 강화된 교통단속으로 특수(特需) 를 누린다.

이들 업계는 '합법적인 서비스업' 이라고 홍보하며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교통질서 준수 의식을 흐리게 하는 영리업" 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5~6곳 성업=전국에 지사를 둔 대형업체는 5~6개 정도다.

40여개가 난립, 경찰의 대대적 단속이 있었던 1999년 이후 관할 자치단체에 방문판매업 등록을 해 합법적 영업을 보장받았다.

선두급인 A사는 회원(1년 단위) 이 12만여명이던 지난해 말 3백억원대의 매출에 4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올들어선 12만명을 더 모아 회원수가 두배가 됐다.

이 회사는 회원의 ▶운전 여건▶차종▶다단계상 직급에 따라 10만~30만원씩 연회비를 받는다. 범칙금 대납 대상은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 63개 중 불법 U턴.고속도 갓길 운행 등 4개를 뺀 59가지로 돼있다. 범칙금을 몇번 내든, 금액이 얼마든 일단 모두 대납해준다.

B사 간부는 "회비 10만원을 내는 회원에게 6만원짜리 범칙금 두번이면 회사가 손해볼 것 같지만 다단계회사의 독특한 운영방식으로 흑자가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이 회사 영업사원 金모(47) 씨는 "지난해 말 가입한 뒤 친척.친구 등 회원을 모아 한명당 2만원씩 소개비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 편법 논란=관계당국은 이들 업체에 위법성이 있다고 볼 근거가 있는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파이낸스사 등의 변칙 금융행위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유사 수신(受信) 행위 규제법' 에 저촉되는지가 첫번째 쟁점이다.

A사의 전 대표(37) 는 이 법에 따라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8월.집행유예 10월을 선고받았으나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A사의 변호인은 "이미 합법이 보장된 용역 서비스업"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할인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관계자는 "방문판매업 등록과 유사 수신행위 처벌은 별개" 라고 지적했다. 재경부측은 또 "이를 보험업으로 봐야할 지 여부를 아직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 비난 여론=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柳錫春) 교수는 "사회질서 위반행위 처벌에 대한 보험 형태 상품이 등장해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흐려질까 우려된다" 고 지적했다. 녹색교통운동 문성근(文成根) 부장은 "교통문화 개선 의지의 저해 요소" 라고 봤다.

손민호.강정현 기자 plovs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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