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감축현상, IT혁명 아닌 신용제약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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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5년째 우리 경제의 재고투자는 꾸준히 감소해왔으며 이는 흔히 언급되는 'IT혁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기업들의 신용제약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3일 LG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재고감소원인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이같이밝히고 금융상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무리한 재고감축이 기업의 운전자본을 고갈시키고 나아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에서 재고투자비중은 97∼2000년 평균 0.63%로 미미한 수준이나 우리 경제가 10.9% 성장한 지난 99년 성장원인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경기변동의 핵심원인이다.

기업의 재고는 일종의 '투자'로 자금조달조건에 영향을 받아 기업들이 외부자금을 조달하는데 겪는 어려움인 '신용제약'이 발생할 경우 기업들은 내부자금을 통해재고투자의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재고투자는 기업의 현금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연구원은 지난 89년 이후 11년간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재무제표를 이용, 현금흐름에 대한 재고투자의 민감도를 조사한 결과 외환위기전에 비해 외환위기후 그정도가 4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외환위기후 심화된 신용제약이 기업의 재고투자에제약요소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우사태가 발생한 99년 기업 재고투자의 주 재원인 기업어음(CP)의 순발행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으며 98년에 비해 경기가 훨씬 좋았음에도 이같은 현상이나타난 것은 대우사태후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신용제약이 주된 원인이라고 연구원은지적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 부채비율 200% 미만 기업들의 재고투자가 200% 이상기업들에 비해 현금흐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반면, 외환위기후에는 불건전 재무구조기업에 대해 페널티를 부가하게 되면서 200% 이상기업들이 훨씬 민감해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LG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재고감소의 영향에 대해 연구원은 재고란 매출채권과 함께 기업 운전자본의 핵심적인 항목으로 외부자금조달 제약시 이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재고의 지속적 감소는 기업의 자금원을 고갈시켜 투자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연구원은 IT혁명이 기업의 재고관리를 효율화해 경기변동을 단축시키고있다는 전망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신용제약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재고투자를 조정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심재웅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재고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기업들이 극단적 신용제약으로 인해 운전자본을 해체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한 결과"라며 "불황국면 초기에 낮은 재고투자는 기업의 대응능력을 감소시켜 설비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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