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례적 청문… NSC 대미협상 부실 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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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통일부 장관(사진위)과 이종석 NSC 사무차장이 12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2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눈 뒤 사무국을 떠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대미 협상이 부실했는지를 두 차례에 걸쳐 점검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17일 밝혔다.

김 대변인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위는 이렇다. 4월 초 국정상황실(실장 천호선)은 노 대통령에게 "우리 대미 협상팀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합의를 해놓고 이후 이것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이 문제를 점검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4월 6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정 장관과 문재인 민정수석, 천호선 국정상황실장, 이종석 NSC 사무차장이 참석한 점검 회의가 개최됐다. 문 민정수석과 천 실장이 질문하고 이 차장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김 대변인은 "(이 차장에 대한) 청문에 가까운 회의였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점검 차원이지 조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회의 결과 대미 협상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사안은 종료됐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이어 "관련 협상도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를 통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 개념에 따라 주한미군의 자유로운 이동과 역할 확대를 모색한다는 미측의 구상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아태 지역 기동군화에 대한 논란이 일자 노 대통령은 3월 8일 공사 졸업식에서 "최근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문제"라며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일"이라고까지 강조했었다.

전략적 유연성의 큰 기조는 존중하겠지만 우리의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에는 분명한 반대를 천명한 것이다. 때문에 NSC에 대한 이례적 대미협상 점검도 이 같은 원칙의 반영 여부를 확인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김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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