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마케팅? 중국 진출 기업들 "이름에서 먹고 들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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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톈만이더(樂天滿意得.롯데마트), 이마이더(易買得.이마트), 비비커(比比客.BBQ)….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면서 회사들의 중국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기업들이 '작명'에 고민하는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의 발음으로 된 이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업체들에 따르면 한국 브랜드를 연상시키면서도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는 이름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일부 기업들은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작명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할인점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쓸 이름을 '러톈만이더(樂天滿意得.롯데에서 만족하게 사세요)'로 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이름은 지난해 상하이(上海)에 설치한 상품 구매사무소부터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탁용규 과장은 "향후 중국에 매장을 열 것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초코파이'로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은 '하오리유(好麗友.좋은 친구)'란 중국 이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오리온은 좋은 친구'(好麗友 好朋友)라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덕택에 오리온은 중국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 실시한 중국 내 소비자 조사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묘한 뜻 차이때문에 최종 순간까지 작명에 고민한 기업들도 많다. 할인점 이마트의 중국 현지 점포명은 '이마이더(易買得.쉽게 사서 이득을 본다)'다. 이름을 결정하기 전 또다른 유력한 후보는 '리마이더(利買得)'였다.

정민호 상해이마트 총경리는 "중국 직원들이 '이마이더'가 더 좋은 뜻이라고 의견을 냈다"며 "이름 덕인지 올해 초 문을 연 상하이 인두(銀都)점은 매출 목표를 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 체인점인 BBQ는 '점점 더'라는 뜻의 '비비(比比)'와 어린 아이의 웃는 모양을 묘사한 의태어 '페이페이(非非)'를 놓고 고민한 경우다. BBQ의 중국 현지 파트너는 이름을 결정하기 위해 작명가까지 찾아갔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비비커(比比客.손님이 점점 더 늘어난다)'란 이름이 더 길(吉)하다는 이유로 최종 낙점됐다.

글로벌 기업도 각기 다른 뜻을 가진 중국 브랜드를 갖고 있다.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의 중국 이름 '자러푸'(家樂福)'는 '가정이 즐겁고 부유해진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자러푸'가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할인점에 잘 맞는 이름이라고 평가한다. 이름 덕인지 까르푸는 중국 내 매장 수 50여개로 할인점 업계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완구업체 레고는 '러가오'(樂高.즐거움이 최고)라는 브랜드를, 자동차업체 메르세데스 벤츠는 '펀츠'(奔馳.신나게 질주한다)라는 브랜드를 쓴다.

홍주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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