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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보기] 허점보인 경기운용

중앙일보

입력

천당과 나락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한 경기였다.

2 - 1로 승리를 했어도 경기운용과 전술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황선홍의 선취골로 기선을 제압한 뒤 다섯차례나 있었던 추가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스스로 경기 흐름을 어렵게 만들었다. 2 - 0으로 달아났다면 대승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분위기를 놓친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또한 몸이 무거운 고종수를 교체한 타이밍이 너무 늦었던 점도 아쉬웠다.

한국 선수들은 전반 초반 골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몸이 경직돼 무거웠다. 김도훈.고종수의 컨디션이 특히 나빴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황선홍은 공격의 돌파구를 만들어 줬다. 황선홍은 경기의 흐름과 템포를 조율하며 상대의 수비 허점을 읽고 직접 골 기회를 만들거나 동료에게 찬스를 엮어주는 플레이로 엉킨 경기를 풀어나갔다. 여기에 오른쪽 윙백인 최성용의 파이팅 넘치는 측면 돌파가 황선홍에게 힘을 실어줬다.

멕시코도 배수의 진을 치고 저항을 했지만 주전을 많이 바꾸며 생긴 호흡의 불일치와 기동력의 저하로 정상의 팀 컨디션이 아니었다. 특히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긴 좌우 공간을 한국에 제공(?)했지만 한국은 이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특히 왼쪽 사이드에서 뛴 고종수의 침묵(?)은 멕시코의 스리백을 흐트러뜨리지 못한 원인이었고 공격의 다양성과 날카로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고종수의 부진은 후반 23분 교체될 때까지 지속됐으나 벤치로 불러들이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벤치도 긴박한 상황에서 교체의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닌가 지적하고 싶다.

후반 35분 루이스에게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내준 상황은 이운재의 실수였다. 킥의 위치가 사각이었고, 프리킥 한 볼이 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점한 것으로 미뤄 짐작컨대 야간 조명탑에 방해를 받았거나 킥을 하는 순간 볼에서 시선을 떼어 볼의 궤적을 놓친 결과가 아닌가 해석된다.

90분 경기를 복기해보면 그동안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에서 한국축구의 한계로 지적돼온 문제점들이 또다시 되풀이돼 가슴이 아프다.

우선 경기의 상황을 꿰뚫어 보는 냉철함이 부족했고, 패스할 곳과 볼받을 곳을 미리 살펴 찾아 움직이는 '생각하는 플레이' 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볼이 오면 그때서야 움직였고, 빈 공간을 찾아 침투하는 날카로움이 없어 상대 수비를 어렵게 하지 못했다.

또한 후반 종반 상대 공격수에 대한 마크를 허술하게 해 오히려 역전골을 줄 뻔한 상황이 몇 차례 나온 것도 과거 월드컵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프랑스.브라질이 세계 최고 팀으로 인정받는 것은 공격이 화려하기 때문이라고 잘못 이해할 수 있지만 강한 수비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한국축구는 깨우쳐야 한다.

어렵게 승리를 일궈낸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한가지 당부를 한다면 이번 대회를 통해 꼭 이겨야 할 경기에서는 첫 골을 넣은 뒤 흥분하지 말고, 더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을 키우는 훈련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신문선 : 본지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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