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근혜 정면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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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26년 우정 26년 동안 서로 태섭아, 준길아 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대선은 우정도 등을 돌리게 했다.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이자 검찰 1년 선·후배 사이인 금태섭 변호사(왼쪽)와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불출마 종용을 놓고 공방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금 변호사는 안 원장의 측근이다. [뉴스1]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새누리당이 협박을 통해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대선을 100여 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장외 주자인 안 원장의 대결이 가시화됐다. 형식은 대리전이지만 실제론 ‘박근혜 대 안철수’의 정면충돌이다.

 금 변호사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 지난 4일 오전 7시57분 전화를 걸어와 ‘안 원장의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랩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줬으며,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 위원이)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하며 ‘안 원장에게 그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 협박했다”고 했다. 금 변호사는 “사실이 아니며 한 치의 의혹도 있을 수 없다”며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정 위원과 금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다.

 정 위원은 금 변호사의 회견이 끝난 지 40분쯤 뒤 기자회견을 하고 “4일 아침 운전 도중 불현듯 생각이 나 전화를 걸었고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전하며, 이에 대해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으면 대통령에 출마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구 사이에 전달한 얘기가 과장된 데다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배후세력이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포장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했다.

 이날 전남·광주를 방문한 박 후보는 “(정 위원이) 협박을 하고 말고 할 그럴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날 저녁 사의를 표했다.

 그간 정치권의 ‘장외 강자’인 안 원장은 정치를 하지 않는 듯 정치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잇따른 검증 공세로 수세에 몰리며 지지율 하락도 겪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과연 검증에 버틸 수 있겠는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이 수세 국면을 일시에 뒤집을 카드로 이날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은 또 이날 회견을 안 원장의 준(準)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후보와 안 원장의 대결은 향후 검증론과 사찰설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새누리당은 이날 일단 “안 원장에 대한 언론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를 하기 위해 사적 통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이상일 대변인)며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여론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검증론을 제기할 태세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안 원장이 힐링캠프와 저서 외에 국민에게 본인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게 없는 만큼 검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 원장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국회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조사 특위 위원 자격으로 송호창 민주당 의원을 불렀다. 안철수-민주당 연대를 통해 대(對)박근혜 전선을 국회로 확대할 길을 터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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