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휴대폰' 확산 이통시장 혼탁 가열

중앙일보

입력

최근들어 이동통신 업체들이 신규 가입자들에게휴대폰 대금의 일부를 제공하는 단말기 보조금이 되살아나 시중에 `공짜 휴대폰''이 판치면서 극심한 혼탁양상을 빚고 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작년 6월 정보통신부가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전면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통업체들이 대리점에 장려금, 판촉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공공연히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따라 소비자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휴대폰이 일선 대리점에서는 4만∼5만원에 판매돼 사실상 공짜 휴대폰이나 다름없이 거래되고 있다.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이통업체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SK글로벌 7천여건, KTF 2천여건, LG텔레콤 670여건의 불법 단말기 보조금 사례를 각각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위는 오는 28일 심의회를 열어 이통업체들의 이같은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결정할 예정이며 과징금 규모는 업체별로 최소 1억원에서최고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 현상은 지난 4월부터 SK그룹 계열의 별정통신사업자인 SK글로벌이 011 대리점을 통해 019 PCS 판매 대행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된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글로벌의 019 PCS 판매대행 첫달인 4월에는 판매실적이 하루평균 1천500여대에 그쳤으나 5월들어 5천여대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신세기통신 기업결합 승인조건에 따라 011 및 017 이동전화의 시장점유율을 오는 6월말까지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SK글로벌이LG텔레콤의 019 PCS판매를 대행하면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경쟁업체들은 파악하고 있다.

SK글로벌외에 KTF와 LG텔레콤도 시장점유율 확대와 유통망 보호차원에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편승, 공짜 휴대폰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자금부족 때문에 보조금 지급규모가 적어 이번에 통신위에적발된 건수도 타 사업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로 적발된 건수에서 SK글로벌이 가장 많은 데도 과징금은 오히려 가장 적게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SK글로벌이 종전에 같은 행위로 적발된 적이 없어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과징금의 기준이 되는 매출액이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SK측이 이같은 규정을 교묘히 이용해 단말기 보조금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말기 보조금을 근절하려면 관련 규정을 현행 통신사업자들의 이용약관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계법령에 명확하게 명시함으로써 위반시형사고발 등 강도높은 제재가 가능하도록 관련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측이 오는 6월말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낮춰 공정위의 제재를 벗어난 뒤 7월부터는 대대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이통시장의 과열경쟁이 극심해지는 이른바 `이통시장 7월 대혼란설''이 관련업계에 확산되고 있어 정부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