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실링, 기습번트에 퍼펙트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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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의 타자에게 안타나 볼넷, 심지어 실책조차 전혀 허용해서는 안되는 퍼펙트 게임.

98년 데이빗 웰스 · 99년 데이빗 콘(이상 당시 뉴욕 양키스)의 2년 연속 퍼펙트 게임은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로써, 메이저리그 126년 역사상 퍼펙트 게임은 단 15차례에 불과했다.(돈 라센의 월드시리즈 퍼펙트 게임 포함)

2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커트 실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퍼펙트 게임까지 5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8회 1사에서 등장한 타자는 파드리스의 신예 포수 벤 데이비스. 데이비스는 실링의 초구를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 안타로 연결시키며 실링의 꿈을 날려버렸다. 경기 후 다이아몬드백스의 1루수 마크 그레이스는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며 언짢은 기분을 드러냈다.

데이비스의 안타에 기운이 빠졌는지, 실링은 다음 타자 버바 트라멜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9회초에는 1사 1 · 3루에서 라이언 클레스코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 완봉승마저 놓치고 말았다. 경기는 다이아몬드백스가 3-1로 승리했고, 실링에게는 퍼펙트 게임 대신 완투승이 돌아갔다.

그러나 실링은 시즌 8승으로 양대리그를 통틀어 처음으로 8승 고지에 올랐고, 다이아몬드백스는 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접수했다.

지난 25일까지 6연승을 질주하며 서부지구 1위에 올랐던 파드리스의 '쿠데타'는 다이아몬드백스에게 2연패를 당하며 '2일천하'로 끝났다. 전날 파드리스의 선발투수 바비 존스는 5개의 실책을 범한 수비진 덕분에 7실점을 하고도 1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LA 다저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강타선을 8과3분의2이닝 2실점으로 막아낸 '호주 특급' 루크 프로코펙과 홈런 2방을 날린 '왕눈이' 마키스 그리섬의 대활약으로 7-2로 승리, 다이아몬드백스와 1위를 나눠 가졌다. 프로코펙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홈런과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 생애 첫번째 완투승을 놓쳤다.

콜로라도 로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신인투수 션 세이컨(7이닝 1실점)을 내세운 로키스가 10-4로 승리했다.

가장 치열한 지구인 까닭에 '와일드 웨스트'란 애칭이 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시즌의 1/3 이상이 진행됐음에도 1위와 최하위의 승차가 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무한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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