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했지만 스포트라이트 받은 북 임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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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S6(지체장애) 자유형 50m 예선을 마친 후 한숨 돌리는 북한의 임주성. [런던 AP=연합뉴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도착해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의 선수만이 10~20m를 뒤처진 채 오른쪽 팔과 다리만을 이용해 힘겹지만 조금씩 전진해 나갔다. 그의 오른손이 피니시 라인을 터치하자 47.87초라는 ‘압도적인(?)’ 기록이 전광판에 찍혔다. 순간, 관중의 환호성이 지붕을 뚫고 나갈 듯했다.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손에 든 북한 관계자들의 열렬한 응원은 덤이었다.

 4일(한국시간) 수영 경기가 열린 런던 아쿠아틱센터. 런던 패럴림픽 북한 선수단의 유일한 선수 임주성(17)이 수영 남자 S6(지체장애) 자유형 50m 예선에서 순위표 제일 마지막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가장 늦게 들어왔지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메달과 상관없는 예선 경기였지만 수많은 외신 기자가 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김성철 팀닥터와 함께 믹스트존에 등장한 임주성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뜨거운 취재 열기에 이내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임주성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떨렸는데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다”며 운을 뗐다. 기자가 그의 대회 참가 기록인 1분10초00을 훌쩍 뛰어넘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말하자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그는 5개월 전 처음 수영을 시작했고 불과 3주 전 독일 베를린에서 스트로크 기술을 새로 배운 ‘수영 초보’다.

 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로서의 소감도 잊지 않았다. “제가 처음으로 참가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는 많은 경험이 됐고 다음 목표는 (2016년) 브라질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북한에서 자신의 출전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장애인 체육을 더 많이 보급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사항도 덧붙였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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