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계속 파면 뭐가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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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을 계속 파내려가면 무엇이 있을까? 어릴적 한번 쯤은 가져보는 의문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충 대답하면 아이의 표정은 더 일그러지기 일쑤다.


"왜? 어째서? 그래서?" 무슨 궁금증이 그리도 많은지. 정작 '근본' 부터 설명하려면 어려운 단어풀이에서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 시인 에른스트 얀들의 운율감이 살아 있는 글에 노르만 융에가 그림을 곁들인 『아래로 아래로』는 이런 어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어린 독자들은 책 속의 주인공을 따라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며 자연스럽게 지구의 중력을 이해할 수 있다.

"2층 탁자 아래는 바닥/그 아래는 방/그 아래엔 지하실/그 아래는 지구/그 아래는 또다시 지하실/그리고 방/그리고 바닥/그리고 탁자…. "

재미있는 것은 지구 반대편 그림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묘사된 꼼꼼한 융에의 그림은 굳이 '중력' '지구의 자전능력' 이니 하는 해설 없이도 충분히 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문이 열리고/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이 남았지…" 라는 어구의 반복이 역시 노래처럼 들리는 『다음엔 너야』는 어린 아이들이 병원 대기실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한 마음을 묘사한 책이다.

양쪽 날개가 없는 펭귄 인형, 바퀴 한쪽이 없는 오리 인형, 눈과 팔을 다친 곰 인형, 밴드를 붙인 개구리 인형, 코가 부러진 피노키오 인형이 어두운 방안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방문이 열리면서 환한 빛이 새어 나오는 방안으로 인형들은 차례로 들어간다.

너무 단순해 보이는 글과 매번 같은 각도에서 그린 그림들이 일견 단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림마다 다른 인형들의 표정과 시선의 방향을 즐긴다. 무엇보다 그림들의 독특한 질감과 따뜻한 정성이 단박에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나로 녹아든 글과 그림, 느낌과 여백이 있는 편집도 돋보인다. 수수께끼 풀듯 페이지를 넘기며 변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이 책이 부모에게 주는 작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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