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 기행] 승선교와 강선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봄의 선암사(仙巖寺) 는 갖가지 꽃이 만발하여 선경을 이룹니다. 특히 작고 흰 꽃들이 둥근 덩어리를 이루어 피는 불두화(佛頭花) 의 꽃잎이 눈처럼 흩날릴 때면 설토화(雪吐花) 라는 별칭이 더 좋아 보입니다.

선암사를 찾아 숲길로 오르면 깊은 계곡이 막아선 곳에 예쁜 무지개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 돌아가면 이번엔 높이가 7m나 되는 큰 무지개 다리가 보입니다. 이 돌다리들을 상.하 승선교(昇仙橋) 라 부르는데 큰 승선교 아래 계곡으로 내려서면 둥근 다리 아래로 강선루(降仙樓) 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승선교는 숙종 24년(1698) 호암대사가 쌓았는데, 홍수 때 계곡의 급류가 다리 위까지 넘쳐 홍예석(虹霓石) 위의 잡석이 다 떠내려가도 홍예 만큼은 끄덕 없습니다. 치밀한 설계와 뛰어난 솜씨 때문입니다.

강선루는 계곡에 흘러드는 작은 냇물 위에 지은 2층 누각으로서 평지에 지어도 될 것을 계곡 사이에 어렵게 지은 이유는 이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구도를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부처가 되어 승천한다는 승선교를 넘어 다시 부처가 사바세계로 강림한다는 강선루를 거치고, 선암사 스님들이 아홉 번 덖어서 만든 칠불전선원차(七佛殿禪院茶) 를 마시면 정말 신선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글.그림=김영택(펜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