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허니문의 섬' 영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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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허니문 아일랜드'로 뜨고 있다. 신혼 여행지로 인기 있는 동남아행 비행기가 주로 오전에 출발하기 때문에 영종도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여행지로 떠나려는 신혼부부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허니문 아일랜드인 제주도가 신혼 여행지라면 영종도는 첫날밤만 보내는, 말 그대로의 '신혼의 섬'인 셈이다.

지난해 영종도에 있는 두 개의 특급호텔인 하얏트리젠시호텔과 베스트웨스턴인천에어포트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낸 신혼부부는 모두 1만여 쌍. 허니문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하룻밤만 묵고 가는 신혼 여행객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호텔 측은 추측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 두 호텔에는 벌써 3100여 쌍이 묵고 갔고 투숙 예약도 줄을 잇고 있다. 두 호텔은 올해 각각 6000~7000쌍의 신혼부부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호텔들은 원래 외국 항공사 승무원들을 겨냥해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문을 열었다. 그러나 허니문 고객들이 늘자 두 호텔은 신혼부부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신혼패키지 고객에게는 침실에 꽃 장식을 해주고, 칵테일이나 와인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하얏트리젠시호텔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 무료 승용차주차서비스를 하고 있다. 베스트웨스턴호텔은 신혼부부가 묵는 방 키를 금색으로 바꾸고, 이 카드열쇠에 신혼부부의 이름과 결혼날짜를 새겨 기념품으로 준다.

영종도는 특급호텔이 두 개밖에 없고, 놀거리도 없어 관광 인프라는 취약하다. 그러나 신혼부부들은 오히려 놀이문화가 없고 통행료가 비싸 짓궂은 친구들이 느닷없는 들이닥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는 것이다. 버스로 3~5분이면 공항에 도착해, 늦잠을 자도 비행기를 놓칠 염려가 없다는 것도 영종도에서 하루를 보내는 장점으로 꼽는다.

베스트웨스턴호텔 민정원 마케팅 팀장은 "위락시설 등은 늘리지 않고 침실 분위기를 아늑하게 해 주는 서비스에 더 치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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