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올바른 사이버 공동체 확립을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 공간에는 컴퓨터 바이러스와 폭탄메일을 양산하는 정보폭력 집단, 이른바 ''사이버 훌리건'' 이 준동하고 있다.

기존의 공동체에서 일탈하고 ID라는 익명성 속에서 하나의 고립된 존재로 방치된 이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따르지 않고 감성적.충동적이며 공격적 성향을 갖고 있다. 많은 사이버 공간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그 공동체 구성원간의 윤리부재나 이에 따른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사이버 공간 속의 개인을 흔히 ''네티즌''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용어의 과용이란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익명성의 그늘 속에서 무차별한 언어폭력을 휘두르면서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인터넷 중독자들은 공동체의 규범과 가치관이 미성숙한 가운데 사이버 공간을 방황하는 하나의 ID에 지나지 않는다.

사이버 공간에 형성돼야 할 공동체는 이제까지 우리 인류가 만들고 향유했던 그 어떤 공동체보다 참가와 탈퇴가 자유롭다.

공동체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도와주는 장치여야 한다. 남이 어려울 때는 내가 도와줘야 하는 부담도 뒤따른다.

사이버 공동체는 이런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공동체가 아니라 의사(疑似) 공동체다. 의사공동체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이 반드시 오프라인과 연결돼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의 제약을 극복해야 하며 동아리나 패거리 의식과 같은 ''소중주의'' (小衆主義) 의 병폐를 없애야 한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공간 없이 존재하기가 불가능하다. 현실공간도 사이버 공간 없이 존재하기 어렵다.

올바른 사이버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치관 확립이 필요할 때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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