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민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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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들보?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의 역사?

필자 개인적으로 '도라에몽'은 '금요일 밤의 지배자'라고 정의 내린다. 그 이유는 매주 금요일에 방영됐던 TV판 '도라에몽'은 필자와 동생, 더불어 우리 어머니까지 이 세 명의 금요일 밤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방영 직전 늘 나오는 불고기 광고가 끝나면 4차원 세계에서 도라에몽이 '타케코프터'를 타고 나타나면서 TV판 '도라에몽'은 시작된다.

- 스토리
'도라에몽' 스토리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해 유아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용이라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노비타가 같은 반 쟈이언과 스네오에게 이지메를 당해서 도라에몽에게 달려간다. 그러면 도라에몽은 자신의 가슴(배인가? 2.5등신이어서...)에 달린 4차원 포켓에서 갖가지 신비한 미래 아이템을 꺼내어서 노비타를 도와준다. 노비타는 그 아이템을 이용해서 쟈이언과 스네오를 골려 준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이다. 물론 그것 외에도 다른 스토리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 스토리가 이런 얼개이다.

그리고 TV판 '도라에몽'의 중요한 특징으로 한 화에 꼭 한 개씩 새로운 아이템이 나온다는 것이다. 보통 TV판 애니메이션은 하루에 2화씩 방영하는데, 제목은 보통 그 편에 나오는 새로운 아이템의 이름이 됐다. 어린 시절, 예고편에 나온 제목만 보고 '저게 어떤 아이템 일까' 기대하며 다음 주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 캐릭터
'도라에몽'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형성을 띤다.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각자 성격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먼저 주인공 '노비타'는 일본어로 '늘어지다. 뻗다. 게으름 피우다'를 뜻하는 'のびる(노비루)'에서 따온 말이다. '노비타'는 그 말처럼 매사에 느긋하게 대응한다.

'쟈이언'은 거인(자이언트)을 일본식 발음이고, '스네오'는 'すねる(삐지다)'라는 말에서 나왔다(실제로 그의 입은 삐쭉 나와있어 언제나 삐진 것처럼 보인다). '시즈카(靜か)'는 말 그대로 '조용한'을 뜻하는 일본어이고, '데키스기'는 'できる(할 수 있다)'와 'すぎる(지나치다, 지나다)'의 합성어로, 지나치게 잘난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이름은 없지만, 서브 캐릭터로 나오는 사람들 또한 전형성을 갖고 있다.
노비타를 맨날 혼내는 노비타 엄마와 엄마에게 붙잡혀 사는 노비타 아빠. 노비타 엄마처럼 아들을 혼내는 자이언의 엄아. 교육열 높고,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들어주는 스네오 부모 등이 좋은 예이다.
- 아이템
앞서 말했듯이, TV판 '도라에몽'에는 한 화에 새로운 아이템이 한 개씩 꼭 나온다.
그 중 자주 나오는 아이템으로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 어느 장소든 갈 수 있는 '어디든지 도어' 그리고 머리에 붙여서 날아다닐 수 있는 '타케코프터' 등이 있다.

또한 흥미 있는 것들도 많이 나온다.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약이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배게, 무엇이든지 자르는 칼이나, 게임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계 등등, 등장 아이템 대부분은 어렸을 때 누구나 꿈꿨던 물건들이다.

- 의의
'도라에몽'은 교육용 애니메이션으로 유럽에도 수출됐다. 이 사실은 '도라에몽'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면서도 생화에 대한 깨우침을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됐다는 것이다.

또한 '도라에몽'의 30년 동안 꾸준히 방영되고 있다. 즉 어릴 적 첫 '도라에몽' 시리즈를 보던 세대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미고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라에몽'은 부모와 자식간의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대 형성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라에몽'은 그 자체가 캐릭터 산업의 총체이다. 가방에서 과자, 장난감, 오락기, 시계까지 어떤 제품에도 '도라에몽' 캐릭터가 들어가고 그 전체 수입이 몇 백억을 헤아린다 한다.

이렇게 '도라에몽'이 장수하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30년 동안이나 팬들의 성원으로 계속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을 보며 너무나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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