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방송 중계권 과열 경쟁 눈총

중앙일보

입력

KBS · MBC · SBS 등 지상파 3사의 스포츠 독점중계 과열현상이 외화낭비와 국내 스포츠의 위축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3사는 이달 말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개최하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의 중계권료를 둘러싸고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KBS · SBS는 "세계축구연맹(FIFA)의 중계권료 대행사와의 협상과정에서 MBC가 끼어드는 바람에 수십만달러에 그칠 중계권료가 8백만달러까지 올라갈 뻔 했으나 결국 5백만달러(약 65억원)에 협상을 마쳤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는 "지난해부터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었으며 FIFA 대행사측이 5백만달러를 요구해 KBS측과 공동보조에 나섰다" 며 반박했다.

TV중계는 MBC참여에 반발한 SBS를 빼고 두 방송사가 하기로 했다.

이같은 3사의 갈등은 지난해 미 프로야구의 박찬호 경기 독점중계를 둘러싸고 불거졌다.

MBC는 iTV(경인방송)의 독점중계가 끝나는 시점에 미 프로야구협회(MLB)측과 협상을 거쳐 단독 중계권을 확보했다.

KBS.SBS는 "MBC가 3사 합의로 만든 '합동방송 세칙' 에 따라 공동중계토록 돼 있는데도 박찬호 경기를 혼자만 중계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반발했다.

두 방송사는 지난해 말 '세칙' 위반을 이유로 MBC에 2년간 주요경기의 공동중계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했으며 MBC를 빼고 국내 프로야구.축구.농구 경기단체 등과 중계권 계약을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스포츠 관계자들은 "MBC가 2000년부터 4년간 3천2백만달러(약 4백16억원)~4천8백만달러(약 6백24억원)에 계약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 관계자는 "MLB측과의 계약서 내용에 따라 중계권료를 밝힐 수 없지만 이같은 금액은 터무니 없다" 고 반박했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연간 8백만달러(약 1백억원)를 독점 중계권료로 MLB측에 준다면 위성사용비.세금 등을 포함해 연간 1백5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며 "이에 비해 현 방송광고 시장을 감안할 때 연간 광고료 수입은 36억원에 그칠 것으로 판단돼 중계권료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MBC측은 "MLB측이 지상파 3사 모두에게 독점중계를 제의한 상태에서 MBC가 운영하는 케이블TV에 공급할 콘텐츠로 박찬호 경기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고 말했다.

한 방송학자는 "미국에서는 프로야구.농구 등에서 방송사의 독점 중계권료를 받아 해당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 방송사들의 독점 중계 과열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강조했다.

박찬호 경기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해외 스포츠에 치중할 경우 국내 스포츠 산업이 위축되고 시청자들이 국내경기를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국내에도 미국 · 일본 등과 같이 전담 마케팅 회사와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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