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FA 이적 기상도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의 신분이 되는 박찬호(28 · LA 다저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7년동안 다저스의 밥을 먹은 박찬호지만, 이제는 재계약과 이적을 놓고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간이 왔다.

만약 박찬호가 팀을 옮긴다면 그것은 트레이드보다는 FA 이적의 가능성이 높다.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다저스로서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지나서도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다저스가 마감시한 이전에 지구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다면 트레이드도 가능한 얘기다.

다음은 현 시점에서 박찬호를 원하고, 또 그가 갈 수 있을 만한 팀들이다.

◆ 뉴욕 메츠

박찬호가 자유계약시장에 나온다면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 팀이다. 마이크 햄튼(콜로라도 로키스)의 공백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메츠는 현재 데이빗 웰스(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다시 추파를 던지고 있을 정도로 에이스급 투수가 절실하다.

장점 : 메츠의 셰이 스타디움은 내셔널리그에서 투수에게 가장 유리한 구장이다. 게다가 메츠에는 로빈 벤추라(3루수)-레이 오도네스(유격수)-에드가르도 알폰소(2루수)로 이어지는 막강 내야진이 버티고 있다. 또한 모든 것이 낯선 아메리칸리그보다는 내셔널리그에 남는 편이 유리하다.

단점 : 더이상의 전용포수를 둘 수 없다. 만약 마이크 피아자 대신 다른 포수와 호흡을 맞춘다면, 경기당 1점 이상의 득점지원 감소는 감수해야 한다.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인가도 의심된다. 메츠는 유망주 부재 · 고액 연봉 · 주전의 노쇠화 등 다저스와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팀이다. 재정은 탄탄한 편이지만, 빅리그에서 돈을 마음껏 쓸 수 있으려면 그만큼의 유망주 선수들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 알렉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 · 마이크 무시나(뉴욕 양키스) 등의 FA 대어들이 모조리 메츠에 퇴짜를 놓은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 뉴욕 양키스

돈이 많다. 젊은 투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박찬호는 최고의 흥행카드다. 이 세가지는 양키스가 박찬호의 영입전에 뛰어 들 수 있는 이유다.

로저 클레멘스(38)-마이크 무시나(32)-앤디 페티트(28)-올랜도 에르난데스(31)로 이어지는 선발로테이션에서 30대가 아닌 선수는 페티트 뿐이다. 에르난데스의 실제 나이가 서른넷 이상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 때문에 양키스 마운드에는 '젊은 피'의 공급이 절실한 상태다.

장점 : 그들은 지난 지난 5년동안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끈끈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펜진은 제프 넬슨(시애틀 매리너스)가 빠졌음에도 아메리칸리그 불펜 방어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단점 : 한국에 있는 상당수의 '안티 양키스' 팬들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 텍사스 레인저스

마운드 정비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레인저스로서는 자유계약시장의 투수최대어가 될 박찬호를 그냥 흘려 볼 수 없을 것.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력을 얼만큼 보강하느냐가 변수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박찬호는 매력덩어리임에 분명하다.

장점 :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자주 볼 수 있다. 더이상 물방망이에 속 끓일 없다. 알링턴의 무더위는 박찬호의 허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단점 : 득점지원을 못받아 패전하는 것보다 불펜투수로 인해 승리를 날리는 것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레인저스행을 찬성해도 좋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불펜을 갖고 있다. 또한 레인저스가 자유계약으로 박찬호를 잡았다면, 그곳에는 이반 로드리게스가 없을 공산이 크다.

◆ 보스턴 레드삭스

지난 겨울 레드삭스의 댄 두켓 단장의 최대 목표는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뒤를 받혀줄 제2선발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찍었던 무시나가 양키스로 향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고, 두켓은 할 수 없이 매리 라미레스를 찍었다.

노모 히데오 · 프랭크 카스티오 · 데이빗 콘 모두, 두켓이 바라는 제2선발이 될 수 없다면, 다시 한번 레드삭스는 마르티네스의 짝을 찾아 나설 것이다.

장점 : 노마 가르시아파라-매리 라미레스-칼 에버렛의 클린업은 박찬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데릭 로우 · 로드 벡 · 리치 가르시스가 버티는 불펜도 안정적이다. 덤으로 레드삭스 팬들의 화끈한 응원도 받을 수 있다.

단점 : 레드삭스는 '우승병'에 걸린 팀이다. 그들은 항상 양키스를 꺾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투수들에게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그린몬스터가 버티고 있어 좌익수 플라이로 잡힐 수 있는 공도 펜스에 맞고 나오는 2루타가 된다. 게다가 박찬호는 플라이볼 피처에 가깝다.

박찬호가 레드삭스의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는 것은 오매불망 빅리그 진입을 노리고 있는 김선우 · 조진호 · 송승준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