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로 주저앉고 유도로 일어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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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광근

유도 때문에 장애를 얻었지만 유도 덕분에 다시 일어선 남자. 패럴림픽 남자 유도의 ‘간판’ 최광근(25·양평군청)이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최광근은 2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100㎏이하급 결승에서 마일스 포터(미국)를 45초 만에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안유성(90㎏이하급)의 동메달 이후 유도에서 12년 만에 나온 메달이라 그 감격은 더 컸다.

 최광근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유도를 했다. 하지만 고교 2학년 때 일이 생겼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훈련 중 상대 선수의 이마에 왼쪽 눈을 부딪혀 망막박리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한순간에 시각장애인이 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러나 ‘천직’을 놓을 순 없었다. 주치의가 격렬한 운동의 특성상 녹내장 등 합병증이 올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그럴수록 쉼 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결국 최광근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자신에게 절망을 준 유도로 다시 일어서게 됐다.

 사격과 육상에서도 값진 메달이 추가됐다. 강주영(44·강릉시청)은 런던 왕립 포병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R4 10m 공기소총 입사 경기에서 705.5점을 기록, 한국의 세 번째 금메달을 신고했다. 육상 여자 T36(뇌성마비) 200m 결선에서는 전민재(35)가 은메달을 따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날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서한을 보내 전날 ‘3분 지각’을 이유로 수영 남자 배영 S14(지적장애) 100m의 이인국(17)을 실격시킨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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