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CEO, 3박자 갖추면 불황에 끄덕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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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에게 불황은 거북하지만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며, 강한 기업을 만드는 시험대다. 불황에 강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한상공회의소(http://www.kcci.or.kr)와 중앙일보가 23일 서울상의회관에서 공동개최한 '불황에 강한 기업, 무엇이 다른가' 세미나의 결론은 크게 '나만의 장기' 와 '끊임없는 변신' , 그리고 이를 주도할 '유능한 최고경영자' 로 요약된다.
토론 전문은 24일 이후 (http://www.kcci.or.kr)에서 제공

◇ 변해야 산다〓주제발표에 나선 조영호 아주대 교수는 "디지털 혁명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물량 위주의 확장경영과 온정적 가족주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면서 "수익.혁신 등 가치 위주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강석진 제너럴일렉트릭(GE)코리아 사장은 "GE가 불황일수록 돋보이는 회사가 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 끊임없이 변신한 덕분"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군을 지닌 GE는 경기변동 주기가 긴 사업부문의 실적이 좋아 불황에 민감한 업종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위기관리를 체질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97년에 시장점유율.가격전쟁.산업 스파이 등 1백44개의 위험요소를 정해 이를 관리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델타항공도 10년 장기 사업전략을 짤 때 불황이 두번 온다는 가정을 세우는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

◇ 핵심역량 키워야〓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략경영실장은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다섯가지 비결로 ▶엄정한 최고경영자(CEO)승계 절차▶철저한 브랜드 관리▶기업윤리 중시▶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꼽았다.

손영호 아더앤더슨 전무도 "기업이 불황을 벗삼을 수 있으려면 고유의 장기를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세가지 방법이 있다" 고 말했다.

세가지란 ▶사업구조조정(IBM.이스트먼 코닥)과▶인력감축(IBM.필립스)▶원가절감 및 내부 효율화 추진(컴팩.폴크스바겐.도요타).

사업구조조정의 경우 '20/70' 원칙(20%의 제품군이 회사 매출.이익의 70%를 점한다는 뜻)에 따라 한계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절감도 쉬운 것부터 할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라고 권했다. "광고비나 간접 인력.연구개발 투자(R&D)등을 줄이기보다 구매.신제품 개발.고객서비스 등 주요 업무 흐름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게 근본대책" 이라는 것.

◇ CEO가 주역〓손영호 전무는 "CEO의 역할은 점점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면서 "외국의 초일류기업들처럼 차세대 CEO 후보를 뽑아 훈련시키고 자리를 물려주는 승계 프로그램을 정착할 때" 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구조조정과 업무혁신은 조직에 큰 충격을 주는 일이어서 GE의 잭 웰치처럼 강력한 CEO가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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