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V자 회복 힘든 글로벌 경제 … 증시도 게걸음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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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8월 한 달간 주식시장은 강세였다. 7월 말 1880선에 그쳤던 코스피지수는 8월 중순 195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주가지수는 국가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그렇다면 지난 한 달간의 주가 강세를 경제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 지표와 정책의 실효성을 가지고 판단해 보자. 국내외 경제는 여전히 약하다.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수준이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 주택판매지수가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주택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회복 수준이다.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바닥을 만든 후 V자나 U자 모양의 상승이 있어야 회복이 제 궤도에 들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겪은 후 고용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새로운 산업을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미국 경제가 아직은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해 당분간 높은 실업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재정위기의 악영향이 여러 곳으로 번지고 있다. 2분기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 다양한 노력에도 경기 회복에 실패한 셈인데, 이런 둔화는 중국으로 옮아가고 있다. 유럽에 대한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한 탓에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1%까지 낮아졌다.

 한국 경제는 3%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경기 회복이 과거 V자 형태와 달리 바닥이 넓고 복원력이 약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의 탄력이 약해짐에 따라 주식시장도 바닥 이후 급등하던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지지부진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경제는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국내외 경제가 낮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주가가 오를 수 없다. 올 초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외국인 매수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의 진전이 있었지만 경제 둔화에 눌려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

 경제 정책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돈을 푸는 3차 양적 완화를 하려면 실업률이 8%대 후반으로 높아지든지 주가가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금리 수준이 낮아 통화정책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점도 정책 시행에 걸림돌이 된다.

 유럽에서는 추가적인 통화정책이 기대된다. 10월부터 위기국의 국채 만기가 집중되는데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상되는 정책의 대부분이 국채 매입 등 위기 돌파 방안이어서 경기 부양과 직접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이 경기 부진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한동안 힘을 발휘했지만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향력은 조만간 사라진다. 경기 회복 없이 돈의 힘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경우 연말이 돼도 시장은 지금의 지지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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