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여대생이 낳은 늑대아이 … 모성의 기적은 시작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늑대아이들은 흥분하면 귀가 쫑긋 서고 꼬리가 나온다. 엄마 ‘하나’는 자식들이 늑대 인간이란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사진 얼리버드픽쳐스]
호소다 감독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호소다 마모루 감독)는 육아(育兒)는 삶의 기적이라는 메시지를 귀여우면서 슬프게 전한다.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대생 ‘하나’. 늑대 인간이라는 남자의 고백에도 하나는 남자를 계속 사랑하며 ‘늑대 아이’ 둘을 낳는다. 어느 날 남자는 갑자기 죽고, 하나는 두 아이와 함께 홀로 남겨진다.

 하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자연이 있는 시골로 이사 간다. 나중에 인간이 될지, 늑대가 될지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반은 인간, 반은 늑대인 아이들을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밤이면 늑대처럼 울부짖는 아이들을 말려야 하고, 수시로 드러나는 늑대의 본성을 억눌러줘야 한다. 13세가 된 아이들은 과연 늑대와 인간 중 어떤 선택을 할까. 연약한 여대생에서 강인한 엄마가 돼가는 하나의 성장통은 늑대 인간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를 한 편의 휴먼 드라마로 끌어올린다.

 영화는 7월 말 일본에서 개봉, 이틀 만에 5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폭발적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리는 호소다(45)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로 국내에도 팬이 많다.

 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중요한 ‘과업’인 육아를 예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주변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평소 육아는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친구 부부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보며 육아란 위대한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죠. 힘들어하면서도 기쁨에 겨워하는 부부의 모습이 빛나 보였습니다. 불안한 미래, 열악한 환경에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는 모두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그는 온갖 어려움에도 대지에 발을 딛고 특별한 아이들을 키워가는 주인공 하나가 이상적인 어머니상이라고 밝혔다.

 “부모는 아이를 키워가며 자신들도 정신적으로 성장해갑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역할’ 개념이 아닌, ‘인간성’을 토대로 아이를 대해야 부모와 자식 모두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죠.”

 호소다 감독은 고향 마을인 도야마(富山)현 카미이치 마치(上市町)를 영화의 배경으로 했다. 그림같이 예쁜 시골보다 인간을 강인하게 만드는, 황량한 느낌의 자연이 작품에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작 중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호소다 감독은 “삶의 기반이 무너졌어도 아이들을 껴안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는 후쿠시마(福島) 어머니들의 모성(母性)에 감동받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아이가 없다. “나도 주인공 하나처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강인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 며 “이번 작품을 통해 내 자신도, 내 영화도 성장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9월 13일 개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