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신경식의 마우스 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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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마우스 피스’하면 프로권투 선수들이나 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현역서 은퇴, OB코치로 있는 키다리 신경식이 현역시절 야구선수로는 유일하게 마우스 피스를 물고 그라운드에 나갔다는 것을 아는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치아는 오복(五福) 중의 하나. 프로야구 선수처럼 이를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직업인도 없다. 투수는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마다 어금니를 질끈 깨물기 때문에, 타자도 스윙을 할 때마다 어금니를 질끈 깨어물기 때문에 강철로 만든 이빨이 아닌 한 성하게 배겨낼 도리가 없다.

현재 코치를 하고 있는 김용남 투수의 경우 성한 어금니가 하나도 없이 위아래 모두 틀니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껌을 질겅질겅 씹거나 씹는 담배를 입안 가득히 물고 침을 뱉는 모습을 TV로 볼 때는 정신집중이 안되고 너절한 인상을 줄 때가 있지만 사실은 어금니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씹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일본프로야구의 강타자 장훈 선수는 호주머니 안에 반드시 빳빳한 지폐로 1백만엔(과시용)과 칫솔(건강용)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돈은 확인되었으나 칫솔은 확인되지 못했다.

프로야구 선수인 신경식에게 프로복서용 마우스 피스를 만들어준 사람은 신경식과 의형제를 맺은 치과의사 이준 박사다. 미국에서 치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이준 박사는 공부하면서 통계를 보니 직업별로는 야구선수들의 치아가 가장 나쁘다는 것을 알았고 창원에서 개업했을 때 OB선수들의 치아를 체크해보니 ‘역시’더라는 것.

신경식은 앞으로 의치신세를 지는 것보다 미리 예방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이박사의 권유대로 마우스 피스를 하기 시작했다.

신경식의 실용신안품은 마우스 피스뿐 아니라 자신이 때린 파울타구에 자신의 발을 맞아 쩔쩔 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방위소집되기 전인 ‘84년부터 오른발에 보호대를 대기 시작했다.

팀동료이던 박종훈이 ‘87년말 자기타구에 맞아 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1개월 가까이 결장했던 생각을 돌이켜보니 발 보호대의 가치는 금방 들어난다.

신경식은 프로원년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2루수가 발등에 개주둥이 같은 걸 차고 있는 것을 보고 수소문 끝에 그것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마우스 피스나 발목보호대나 마찬가지로 건강은 간단한 데서부터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올해부터 프로야구에 뛰어들 신인들이 새겨주어야 할 부분이다.

※ 김창웅의 핀치히터 리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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