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파노라마] 갈팡질팡 LG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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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야구의 대명사 LG트윈스가 지난 16일 이광은 감독을 전격 보직해임하고 김성근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원인은 시즌 벽두부터 바닥을 친 성적. 초반 꼴찌는 그렇다 치더라도 1달이 넘도록 3할이 채 못되는 승률은 치욕이었고 탈출을 위한 긴급조치가 절실했다.

4월 5일 SK와의 개막전 연패 이후 또다시 6연패의 나락으로 빠져들자 '이광은 호'에 난파신호가 켜졌고, 급기야 김성근 2군 감독이 1군 수석코치로 합류하며 변화의 기류는 감지됐고 감독교체의 변죽을 울린 꼴이 됐다. 가장 중요한 감독의 권한인 투수운용권이 넘어간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반쪽감독체제는 5월 5일 원상복구 됐지만 이광은 감독은 또 한번의 6연패로 지휘봉을 놓고 말았다. 마지막 기회가 열 하루로 끝맺으면서 99년 12월 젊은 피로 무장했던 이광은 감독, 신교식 단장체제도 실패로 막을 내렸다. 결국 이는 성적부진이 감독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선수수급과 관리는 물론 구단운용의 총체적 결산은 경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감독 하나 바꾼다고 팀이 확 달라질 수는 없다. 그에 따른 후속조치는 불 보듯 뻔한 일. 김성근 감독대행이 전반기 안에 단행할 선수단 개편은 소속선수의 상황은 뒤로한 채 '데리고 올 선수는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지금까지의 상황과 반대로 '이기는 야구'로 가기 위한 몸부림인 동시에 최근 LG가 '자율'이라는 명목하에 방관했던 팀 운영의 치부를 도려내는 일이고, 김성근식 야구를 위한 전열 정비이다.

꼴찌팀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이 LG에 몰고올 변화는 시즌 내내 주목거리다. 자율야구와 배치되는 '관리야구'의 대명사인 김성근 감독이 바꿔놓을 팀 체질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91년 10월 이광환 감독의 취임과 함께 시작되고 이어진 신바람 자율야구의 전통을 LG는 이참에 접고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한 것인지, 아니면 참담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한 땜질용 카드로 김성근 감독대행을 기용한 것인지는 시즌이 끝나고서야 알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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