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 ⑧ 흑자 월드컵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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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천억원을 넘는 경기장 건설비, 97년 이후 불어닥친 경제한파, 일본과의 공동개최로 인한 수익 분산.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한국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KOWOC)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흑자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직위의 손익 계산서에는 입장권 수익 1천800억원,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원금 1억달러(약 1천300억원), 조직위공식공급업체(LOC 서플라이어) 후원금 500억원,월드컵 기념 주화발행 수익금 100억원, 기타 수익금 300억원 등 모두 4천억원이 예상 수입으로 잡혀있다.

경기 운영비와 통신, 미디어 시설로 지출되는 금액을 4천억원으로 잡아 수치상으로는 적자는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1조5천억원이 넘는 경기장 건설비가 포함되지 않았고 경제침체로 인해 LOC 서플라이어의 후원금도 월드컵 개막 1년을 앞두고도 아직까지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월드컵의 흑자 여부를 단순히 수입, 지출의 수치상의 비교로 단정짓지 말아 달라"며 흑자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FIFA의 마케팅파트너 ISL이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최근 방한한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조직위가 타격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약속했다.

LOC 서플라이어도 2개 업체에서 350억원의 후원금을 내기로 계약했고 추가로 4개 업체와 스폰서 계약이 순조롭게 추진될 예정이어서 목표액인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조직위는 낙관하고 있다.

또한 입장권 판매가 한국팀이나 준결승 등 주요경기를 제외하고는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판매 시기와 단체 입장권 확대 등 판매방식을 조정하는 방안을 FIFA와 협의하고 있어 큰 손실은 보지 않을 것으로 조직위는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손익 계산서상의 흑자는 물론 월드컵이 가져다 줄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감안한다면 경기장 건설비를 상쇄해 2002 월드컵을 흑자로 이끌 수 있다는 것으로기대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98년 제출한 보고서에서 월드컵이 8조원의 총생산 유발효과,3조7천억원의 부가가치 증대효과, 24만5천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다 관광 수익과 국가이미지 제고를 통한 수출 증대도 흑자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축구기반이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 과다하게 투입된 경기장 건설비는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골칫거리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끊임없이 막대한 경기장 관리비를 지출해야 하고 프로축구단과 연고가 없는 지역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된다.

결국 흑자 달성 여부는 월드컵 폐막 직후에 결정나는 것이 아니라 대회 이후 제고된 국가 이미지를 발판으로 월드컵 효과를 얼마나 지속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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