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 ② 정몽준 위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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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KOWOC) 정몽준 위원장은 개막 1년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동개최 결정 이후 지난 5년간어려움이 많았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온 국민의변함없는 성원을 당부했다.

특히 정몽준 위원장은 "국내 경기장은 98년 프랑스월드컵 경기장보다 훌륭하다"며 "숙박문제, 자원봉사자 문제 등도 잘 해결해 최고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정몽준 위원장과의 인터뷰 요지이다.

--월드컵 개막이 1년앞으로 다가왔다. 준비가 잘 되고 있는가.

▲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경기장인데 울산과 수원, 대구는 이미 공사가 완료돼 개장했다. 개막전까지 경기장이 완공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막연하게 불안감을 느꼈던 국민들도 이제는 안심하는 것 같다.

나머지 7개구장도 순조롭게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기장은 98년 프랑스월드컵때 사용됐던 경기장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협조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고 공동개최국인 일본과도 원만하게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공동위원장제도가 출범하면서 두 위원장간 협조가 잘 될 수 있을지에대해 걱정하는 눈빛도 많았다. 어려움은 없는가.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논의를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공동위원장제도에 대해서도 두 위원장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갈등이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

그리고 공동위원장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평소 지론이다. 이연택위원장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연택위원장은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인데다 국무총리실, 청와대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올 초에는 대외적인 부문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공동개최국 일본과는 월드컵명칭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일본은 월드컵 유치활동을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했다. 때문에 일본인중 일부는 한국과 공동개최하게 된 데 서운해 했다. 공동개최 결정이후 일본이 결승전을 하겠다며 노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일본은 우리보다 국제사회 인지도도 높고 경제대국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동격으로 비쳐지는 데 대해 부담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명칭문제가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은 다 원만하게 해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마케팅대행업체인 ISL이 결국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애로사항은 없는가.

▲프랑스의 비방디사가 투자를 거부하는 바람에 ISL은 파산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만 별 문제는 없다. TV중계권은 ISL과 독일의 키르히가 나눠 갖고 있었는데 키르히가 모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케팅권은 FIFA가 직접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우리 조직위원회는 FIFA와 책임을 명확하게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컴퓨터 문제 해결만 다소 늦어질 수 있다.

--얼마전 일본 천황을 개막식에 초청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문화관광부, 외교통상부와 협의해서 `원칙'을 만들려고 생각중이다. 아시아각국 지도자중에는 축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요르단국왕은 축구협회장을지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자가 체육부장관을 맡고 있다. 아시아국가 대부분이그렇다. 유럽, 남미의 경우 정상회담이 종종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다. 「Football brings people together」라는 말이 있다.

개막식에 많은 정상들이 참가했으면 좋겠다. 일본천황도 오고 중국의 국가주석도 오고, 북한의 김정일 총비서도 왔으면 한다. 일본천황이 처음으로 방문하면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조성될 수 밖에 없을 텐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년 초에 월드컵과상관없이 먼저 한국을 방한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수하게 월드컵을 위해서 일본천황이 편안하게 방한할 수 있을 것이다.

--FIFA가 너무 많은 부분에서 영향력을 쥐고 있다보니 조직위원회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수익사업이 너무 제한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보면 그만큼 우리의 위험부담은 적다. 우리는 FIFA로부터 일정 수입을 보장받고 있다. 월드컵대회 시청자수가 올림픽전종목 시청자의 2배에 이르는 등 FIFA는 대단한 성공을 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운영방침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월드컵을 개최했던 조직위원회도 다들 만족하고 있다.

--남은 1년동안 조직위원회가 가장 신경을 집중할 부분은 무엇인가.

▲문화행사 준비다. 월드컵은 절반은 축구대회고 절반은 축제라고 생각한다. 축제의 절반은 문화행사다. 지방자치단체, 문화단체 등과 협의해서 한국의 문화 및 외국의 문화 행사들을 많이 할 계획이다. 한국의 문화를 많이 알리는 계기로 만들도록하겠다. 개막식 전야제 만찬도 경복궁안에서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FIFA 및 각국임원 등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경회루에서 리셉션을 하고 그 앞에서 한국음식으로 저녁을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숙박업소가 부족하고 자원봉사자 지원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외국관광객중 70%는 여관에 투숙해야 되는데 여관업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월드컵이 잘 되면 여관업도 잘 된다는 생각으로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 민박도 많이신청해주길 바란다. 민박은 잠만 재워주면 된다. 아침은 빵과 커피만 주면 된다. 전혀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적정한 가격을 받으면 된다.

자원봉사자 지원이 저조한 것은 홍보가 잘 안됐기 때문이다. 애초 5월30일까지 신청받으려다가 6월15일까지로 연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해 줬으면 좋겠다.(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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