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막오른 스위치히터시대

중앙일보

입력

20년째를 맞는 국내프로야구에 본격적인 스위치히터시대가 열리고 있다.

130년 역사의 미국프로야구에서는 이미 오래 전 보편화된 스위치히터가 한국에서도 몇몇 `선구자'들의 활약속에 저변확대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것.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위치 히터로 전향한 롯데 포수 최기문(28)은 20일 인천 SK전에서 4회 오른쪽 타석에서 홈런을 친 데 이어 9회에는 왼쪽에서 담장을 넘기는 등 한국타자 중 처음으로 한 경기 좌우타석홈런의 진기록을세웠다.

지난해 스위치히터의 원조격이던 장원진(두산)과 박종호(현대)가 각각 공동 최다안타왕과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스위치 타자의 유리함을 성적으로 보여줬던데 이어올해도 스위치타자들의 초반 활약이 만만치 않다.

장원진은 변함없이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며 21일까지 56안타로 최다안타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기문은 최근 5경기에서 19타수7안타, 6타점의 맹타를 자랑하며 현재 타율 0.284로 롯데 하위타선의 뇌관으로 자리잡았다.

아직까지도 스위치히터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92년 박종호와 장원진이 처음 양타석에 들어섰을 때 팬들이 느꼈던 어색함은 더 이상 없어진 상태. 투수에 따라 오른쪽과 왼쪽타석에 교대로 등장하는 스위치타자는 우완투수에게는 좌타자가 강하고 좌완투수에게는 우타자가 강하다는 야구경기의 특성에서 탄생했다.

또 우타자가 좌타석에 들어서면 1루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어 내야안타의 기회가많아지는데다 스위치히터가 포진하면 상대 벤치는 자연히 투수교체에 혼란을 겪을수 밖에 없는 까닭에 스위치타자의 장점은 많다.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정착, 현재 로베르토 알로마(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버니윌리엄스(뉴욕 양키스),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정상급강타자들을 비롯해 대부분 팀의 선발 라인업에 스위치타자가 몇명씩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국내풍토에서는 이종열, 최기문의 경우에서 보듯 타율이 높지 않으나 발이 빠른 선수들이 뒤늦게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효봉 SBS스포츠채널 해설위원은 "스위치히터가 여러가지 장점이 있고 국내에도 몇몇 선수가 성공했다고 하지만 프로에 와서 전향하는 것은 무리가 많이 따른다"며 "중.고교때부터 양타석에 들어서는 연습을 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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