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역마진 금리 · 주가 급락으로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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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저금리 상황 등 외부 환경 변화도 있지만 그동안 보험사들이 외형 불리기 위주로 영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리 하락을 예측하지 못한 채 고금리 확정상품에 의존해 고객을 끌어들였다.

금리 및 주가 하락에 따라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을 통해 얻는 수익이 줄어들자 보험사마다 운용실적에 따른 배당을 줄이고 있다.

일부에선 금리의 역마진 현상이 심화돼 1997년이후 7개 보험사가 무너진 일본 보험업계 상황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 왜 이렇게 됐나〓보험사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금리 확정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금리가 워낙 빨리 떨어져 손을 쓸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 대형 생보사의 경우 보장성보험을 제외한 연금.저축형 상품 중 확정금리 상품이 54%에 이르고 다른 생보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예정이율이 시중금리보다 훨씬 낮아 확정금리 상품을 팔아도 이익이 많이 났다" 며 "금리가 이렇게 빨리 떨어질 줄은 미쳐 예상하지 못했다" 고 털어놓았다. 더구나 주식시장 침체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져 역마진 폭을 키웠다.

하지만 역마진으로 인한 손해가 96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98년에 주식 시가평가제 시행과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이자율차 손실이 6조원을 넘어섰던 점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의 이같은 주장은 핑계라는 지적이 많다.

역마진에 대비할 필요성은 이미 몇년전부터 나타났는데 보험사가 게을리했다는 지적이다.

◇ 대책〓금융감독원의 대책은 두 갈래로 추진된다. 우선 확정금리 상품의 판매를 줄이고, 금리변동형.실적연동형 상품의 비중을 늘리도록 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금리 변동에 따른 부담을 보험사 대신 보험 가입자가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적형 상품인 변액(變額)보험의 판매를 허용한 것도 이같은 취지다.

동시에 당장 어려운 보험사를 돕기 위해 또다시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달에 한차례 오른 보험료를 오는 10월께 한번 더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보험사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반기부터 해외투자의 길을 넓혀줄 방침이다.

보험사들도 확정금리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위험이 큰 주식투자 대신 국공채 투자와 소액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확정금리상품의 비중을 30%선으로 낮췄고, 삼성생명은 올해 가계대출을 2조원 늘리고 5~7년 만기 해외채권에도 1조원 정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을 통해 보험사 경영에 도움을 주는 것외에 다른 대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 일본 상황을 따라가나〓일본에선 97년 이후 7개 생명보험사가 역마진을 견디다 못해 쓰러졌다. 닛산, 도후쿠, 다이시하쿠, 다이쇼, 치요다, 교에이, 도쿄 생명 등이다. 이들 생보사의 평균 예정이율이 4%대인 데 비해 자산운용 이익률은 2%대에 그쳤다.

일본의 경우 중소형사들이 대형사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다가 역마진때문에 무너졌고, 대형사들은 제로 금리 및 경기 침체속에서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 및 운용으로 버텨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보험사의 경우 대형.중소형 가릴 것없이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허귀식.최현철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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