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인세 폐지 구상 전망]

중앙일보

입력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의 '법인세 폐지 검토' 발언을 놓고 말이 많다.

아직은 개인적 구상일 뿐 실현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현직 장관의 공식발언이란 점에서 일과성으로 치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오닐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미 재무부 대변인 말을 인용해 "오닐은 이미 지난 1월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감세안을 설명하면서 법인세 폐지를 주장했으나 당시는 감세안 통과가 급선무여서 이 부분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고 전했다.

때문에 법인세 폐지 논의가 부시 행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결말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닐 장관의 구상은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경쟁력이 올라가 국가경제가 장기적으로 활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이같은 발상이 현직 재무장관 입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지만 논의 자체는 이미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간간이 있어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법인세가 기업들에 '불필요한 악'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 법인세가 개인소득세와 얼마간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법인세를 없애고 개인소득세로 단일화하자는 주장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법인세를 없앨 경우 개인소득세 부담은 늘어난다.

그러나 법인세 폐지론자들은 법인세 폐지로 기업의 소득이 늘어나고 이것이 직원들에게 대부분 돌아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담세율(소득에서 차지하는 세금 부담액)은 낮아진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법인세를 폐지할 경우 그 파장은 지구촌 모든 나라에 미칠 수밖에 없다. 유럽 등 경쟁국가들은 당장 세제를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기업.자본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8일 "국내 법인세율은 현재 28% 수준으로 경쟁국인 대만(25%)이나 독일(25%).캐나다(21%)보다 높다" 며 이를 단계적으로 23%까지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국보다 기업의 세금을 높게 물리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외국기업.자본 유치에도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 이라며 "그러나 우리 현실에선 검토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미국은 2001년 재정흑자가 2천8백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 감세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적자재정이라 감세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이유다. 또 세수 중 법인세 비중이 미국은 11% 선이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21.8%(17조8천억원)나 돼 법인세 폐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정재.홍수현 기자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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