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J.D. 드류 '나 원래 이 정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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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월트 자게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단장은 별로 웃을 일이 없었다.

지구우승은 당연하다고 믿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인데 그중 가장 큰 근심의 근원은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었다.

지난시즌 16승투수 가렛 스테판슨과 마크 맥과이어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세기의 투수가 될 것이라 평가받았던 릭 앤킬은 관중석을 향하여 힘차게 공을 뿌렸다.

그러나 최근 그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번지고 있다.

반짝하고 사라질 것 같던 신인 앨버트 푸홀스가 꾸준히 맹타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긴 부상에서 돌아온 매트 모리스는 벌써 6승을 올리는 등 팀 전체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앤킬만큼이나 근심을 안겨주었던 J.D. 드류가 완벽히 되살아면서 그의 미소가 함박웃음으로 변했다.

98시즌이 끝날 무렵 메이저리그에 나타난 드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들의 분노와 미디어의 호된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6타석에서 5홈런, 13타점을 뽑아내면서 세인트루이스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99년, 드류는 '화이트 그리피', '21세기의 베이브 루스'라는 별명이 무색할만큼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3백타석 이상 소화했음에도 홈런은 13개에 불과했으며 타율은 .243리였다. 또한 시즌중반에는 부진이 극에 달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 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18홈런과 67타점은 여전히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시즌을 드류가 수퍼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4년차 정도면 적응기는 이미 끝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드류는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15홈런 33타점으로 이미 1년치를 기록했으며 7할이 넘는 장타율은 팀내 1위다.

이렇게 그가 뛰어난 활약을 보일 수 있었던 밑거름에는 부진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뛰어난 선구안을 빼 놓을 수 없다. 또한 지난해까지 치명적으로 약했던 몸쪽 공에 대한 대처능력도 월등히 좋아졌다.

지난 해 까지 드류는 뛰어난 선구안에도 불구하고 몸쪽 공에 대한 부담감, 잘해야 한다는 과욕으로 인해 타석에서의 인내심이 부족했다. 올 시즌 드류는 몸쪽 공을 커트하기 타석에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사라짐은 물론 자신의 볼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도 필라델피아의 베테랑 스타디움은 공포스럽지만, 올 시즌의 드류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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