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닐 미 재무장관 '법인세 폐지 검토' 발언

중앙일보

입력

'법인세 폐지 검토' 라는 오닐 미 재무장관의 돌출발언은 매우 파격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과격한 구상(radical vision)'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외국 언론과의 회견을 통해 한번 띄워본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 그의 구상대로 미국의 법인세가 폐지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 틀림없다. 우선 그만큼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테고, 주가는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기업 및 자본의 미국 진출은 더욱 봇물을 이룰 것이다.

반면 그만큼의 세수 부족분은 개인들로부터 더 거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들과 정치권의 저항이 쉽게 예견된다. 현재 개인소득세가 연방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 법인세 폐지주장 왜 나왔나〓일단 오닐의 출신배경을 들 수 있다. 그는 세계 최대의 알미늄제조사 알코아의 회장을 13년간이나 지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법인세뿐 아니라 기업이 자본을 주식투자 등에 굴려 얻는 자본이득세도 폐지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오닐은 금리인하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왕창 덜어줌으로써 경기회복은 물론 미국 경제의 활력을 오래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실행땐 엄청난 변화〓현재 부시행정부의 감세안은 주로 소득세율 인하 등 개인세금을 깎아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세금 관련은 연구개발비용 공제를 연간 50억달러 정도 해주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법인세 폐지는 연간 2천억달러의 세금을 기업에 돌려주게 된다. 미국은 올해 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 연방기금 금리를 연 4%로 낮췄다.

유럽의 4.50%보다 0.5%가 낮은 수준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저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선 법인세 폐지가 우려되는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는 비책일 수 있다.

◇ 가능성은 불투명〓법인세는 전액 연방정부에서 거둬들이지만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는 여기에 0.7~10%를 합산과세해 주의 세수입으로 사용한다. 이들은 법인세 폐지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부문에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정재.김준술 기자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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