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 주말의 TV토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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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쪽 (EBS 밤 10시)

지난해 개봉한 '박하사탕' 은 광주민주화 항쟁에 참여했던 한 사병의 비극적 인생 20여년을 플래시 백(회상) 기법으로 능숙하게 처리했다.

아르헨티나의 사회파 감독으로 꼽히는 페르난도 솔라나스가 1987년에 만든 '남쪽' 의 소재와 주제도 '박하사탕' 과 엇비슷하다. 독재정권의 상흔을 그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형식은 매우 다르다. '박하사탕' 이 계속 과거를 파고들며 고통스런 현재의 뿌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면 '남쪽' 은 주인공이 과거에 만났던 인물들을 현재 앞에 상상으로 불러낸다. 소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남미 특유의 문학적 전통을 영화에 접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주인공 플로리알은 정치범으로 5년 동안 감옥에 수감됐던 인물. 아르헨티나가 군사독재 정권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바뀐 1983년이 시대적 배경이다. 달라진 사회 덕분에 감옥에서 나온 플로리알. 하지만 자유를 되찾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나온 그에게 모든 것은 어색하고 꿈만 같다. 그는 아내에게 가지 않고 거리를 방황하며 이미 사망한 동료들의 혼령을 만나게 되는데….

감독은 이같은 환상적 장치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억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수려한 화면 속에 정치라는 묵중한 주제를 시적으로 풀어낸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강렬한 탱고 선율도 매혹적이다. 원제 Sur(The South) .

에어 포스 원 (KBS2 밤 10시30분)

휘몰아치는 파도로 지난해 여름을 시원하게 했던 '퍼펙트 스톰' 의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1997년에 만든 영화.

'특전 U보트' (81년) 에서 독일 잠수함이란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위태로운 순간을 밀도 높게 그려냈던 페터젠은 '에어 포스 원' (97년) 에선 그 무대를 항공기로 옮겨 '특전 U보트' 에 버금가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을 납치한 러시아 테러리스트와 미국 대통령이 맞대결을 벌인다는 게 주요 내용.

해리슨 포드.게리 올드먼.글렌 클로스 등 할리우드 스타가 많이 나온다. 원제 Air Force One.

퇴마록 (MBC 밤 11시10분)

1999년 '쉬리' 가 선보이기 이전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물꼬를 튼 작품이다. 평균 12억원대에 머물던 한국영화의 제작비를 20억원대로 껑충 올려놓았다. 그만큼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다. 98년 공개 당시 화려한 컴퓨터 그랙픽과 특수효과로 화제가 됐다.

수백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퇴마록' (이우혁 지음) 이 원작. TV화면에서 튀어나오는 괴물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칼 등 3차원 입체영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두 시간 미만의 화면에 옮기다 보니 이야기 구성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준다.

안성기.신현준.추상미 등 출연. 박광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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