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맞아 무대오르는 '슬픔의 노래'

중앙일보

입력

악명높은 유대인 학살장소 아우슈비츠와 1980년 5월의 광주를 대비시킨 연극 '슬픔의 노래' 가 18일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소극장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96년 서울연극제 때 초연돼 광주의 고통과 연극배우의 예술혼, 폴란드 작곡가 헨릭 구레츠키의 삶과 음악 등이 잘 스며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돼 민간인을 학살한 뒤 뼈저린 죄의식을 갖고 사는 연극배우역을 열연해 그해 연극제 남자연기상을 받은 박지일이 이번에도 같은 역으로 출연한다.

작품은 현대음악에서 가장 탁월한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구레츠키를 인터뷰하는 기자 겸 소설가 유성균(남명렬) 과 통역자인 연극배우 박운형(박지일) , 영화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 민영수(방영)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구레츠키를 만나러 가는 길에 제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와 20년전 광주라는 두 역사공간이 대비되다가 구레츠키와의 만남을 고비로 연극은 '슬픔의 강'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종반 15분. 세 사람이 집시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오랜 방황 끝에 폴란드로 흘러들어와 연극을 공부하는 박운형은 광주에 대한 죄의식으로 히스테리성 마비증세를 일으킨다. 절규하는 듯한 그의 독백과 몸짓은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한 처절한 고해성사처럼 보인다. 발작 끝에 바닥에 쓰러진 박운형을 보살피던 민영수는 광주에서 계엄군의 총에 애인을 잃은 자신의 과거를 토해낸다.

연출자 김동수씨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렸다" 고 설명했다. 장엄하면서도 비애감이 물씬 풍기는 구레츠키의 음악도 그렇지만 인간의 폭력과 그 슬픔을 진지하게 묘사하는 분위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6월24일까지. 오후 7시30분, 금.토 4시30분 추가, 일.공휴일 3시.6시, 월 쉼. 02-764-8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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