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베이스] 미네소타 트윈스의 꼴찌반란

중앙일보

입력

9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월드시리즈는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승부중의 명승부로 기억된다.

'땅딸보' 커비 퍼켓이 터뜨린 6차전 연장 11회의 결승홈런이나 7차전 36세의 잭 모리스와 24세의 존 스몰츠가 벌인 명투수전이 그렇고 메트로돔에 장관을 이룬 흰색 손수건의 물결과 애틀랜타 구장에 울려 퍼진 '토마호크촙'도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정작 그 해 월드시리즈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두 팀이 모두 전년도 꼴찌팀들 이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애틀랜타는 90년 NL 동부조에서 65승 97패, 미네소타는 AL 서부조에서 74승 88패로 각각 꼴찌를 면치 못했었는데 이듬해 당당히 월드시리즈에 올라 기염을 토했다.

그 10주년이 되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선 전년도 조 꼴찌들이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카고 컵스, 미네소타 트윈스가 초반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질주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최근엔 필라델피아만이 여유있게 선두를 지킬 뿐, 컵스는 벌써 밀려났고 미네소타 역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접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미네소타가 추월당할 위기에 놓인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 팀은 팀 연봉 합계가 알렉스 로드리게스 혼자서 받는 평균 연봉 2,520만달러보다는 적은 2,480여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구단중 최고 가난뱅이 구단이다.

10년전 꼴찌 신화를 이끈 톰 켈리는 여전히 이 팀 감독이고 간판선수는 연봉 21만 5,000달러를 받는 4할타자 덕 민트카이비츠다. 민트카이비치는 가장 비싼 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고교 동창생으로 같은 팀에서 활약했던 터라 상징성이 더하다.

연민의 정 때문에, 또는 올해가 꼴찌들의 월드시리즈가 벌어진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고 그 우승팀이었기 때문에 미네소타의 선전에 애착이 가는 건 아니다.

돈이 지배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올해 미네소타의 야구에선 차가운 돈 냄새보다는 왠지 사람냄새가 나는 것 같아 성원해주고 싶은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