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월말부터 AIG 본협상 착수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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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예정보다 1주일 늦은 이달 말부터 현대투신증권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컨소시엄과 본협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은 정부가 현대증권에 대한 경영권까지 포기하라고 압박을 가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8일 돌연 현대증권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가급적 다음달 말까지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AIG.현대그룹 등 3자간에 시각차가 커 최종 합의까지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 AIG측의 실사 늦어져 본협상도 지연〓금융감독위원회 진동수(陳棟洙)상임위원은 "AIG측의 용역을 받은 영화회계법인의 현대투신증권 실사는 1주일 정도 더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AIG측의 실사가 마무리된 뒤 정부와 AIG는 추가 부실을 대조.확정하고 오는 28일께부터 공동출자 규모, 부실처리 문제, 경영권 문제 등에 대해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이날 시작한 현대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는 ▶현대투신증권의 부실처리에 관심이 있는 정부가 AIG측이 더 욕심내는 현대증권을 끼워 파는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면서▶경영권 양도를 꺼리는 현대그룹을 압박하고▶현대증권의 부실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 관계자는 "현대투신운용의 판매를 현대증권이 맡고 있어 그 세부내용을 보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 현대증권 못내놓겠다〓현대그룹은 정부측이 대주주의 경영책임을 물어 현대증권의 지분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날 현재 현대상선이 최대 주주로서 16.65%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중공업(3.24%).현대미포조선(0.38%)이 주주다.

그룹 관계자는 "정부와 AIG의 협상은 엄연히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에 국한된 사항으로 현대증권과는 별도의 문제" 라며 "대주주의 책임을 물어 경영권과 지분까지 모두 내놓으라는 요구는 불합리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측은 그룹측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측은 그룹과 달리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측은 보유하고 있는 주가가 현재 워낙 싸 당장 팔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상선측의 자구일정에 따라 주식이 오를 때 비싼 값에 팔겠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지분을 내놓으라는 것은 부당하다" 며 "경영권에 집착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주식가격이 워낙 싸 매각손실을 우려한 때문" 이라고 말했다.

김시래.허귀식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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