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사상 첫 연정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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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18일 대만 역사상 최초로 연립정부 구성을 공식 제의했다.

천 총통은 이날 취임 1주년 연설을 통해 '오는 12월 총선 이후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야당과 권력을 공유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그간의 정치 불화를 타파하고 경제 부흥을 꾀하기 위해 의회 구조를 재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 총통은 지난해 5월 반세기에 걸친 국민당 장기집권 체제를 깨고 집권에 성공했으나 이후 원전 건설을 둘러싼 충돌 등 계속된 여.야간 극한대결로 정책추진에 난항을 겪어 왔으며, 이어진 경기침체로 대만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천 총통은 또 오는 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비공식 정상회담에 참석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인 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제의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와 평등, 평화원칙을 전제로 하는 한 시점과 장소, 의제를 불문하고 중국과 대화 또는 협상할 용의가 있다'면서 '물론 장 주석과는 3통(通)문제를 비롯해 경제.무역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직접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러나 전날 쑨위시(孫玉璽)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천 총통이 대만을 대표해 APEC 회담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 총통은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제 내부의 소모전을 중단해야만 경제발전을 위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연정 구성을 위한 세부 방안이나 연정 파트너가 누가 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천 총통은 이미 취임초 국민당내 거물인 탕페이(唐飛) 전 행정원장을 내각의 파트너로 임명했으나 석달만에 퇴진하는 바람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범국민정부 구상이 중도 좌절됐다.

대만 정가에서는 천 총통의 연정 제의에 대해 의회내 다수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민진당이 닥쳐올 차기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느냐에 따라 그의 원대한 구상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관측하면서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국립대의 한 정치학 교수는 '양당이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를 갖고 팽팽하게 맞서온 전통이 있기 때문에 연립정부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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