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 한국축구 '3악'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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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신 발언' 을 해온 거스 히딩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5일 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8명의 프로축구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평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컨페더레이션스컵과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을 협의하기 위해 감독들을 만난 히딩크는 "필요하다면 감독들의 의견을 협회 등에 건의하는 대변인 역할도 맡겠다" 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개선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알려달라" 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진 소신 발언에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꼽았다. "18~23세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도 한국 선수들은 이 기간 중 대부분 군대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다" 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운동 선수들의 군 복무는 한국 스포츠 전체의 문제" 라며 "어떤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창의력 없이 로봇 같은 축구를 하는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꼬집었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과 비교해 한국 선수들은 신장 · 체력이 달리기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데 오히려 창의력없는 단조로운 플레이가 문제" 라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하지 않는데 급급하다 보니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며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경기 자세가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고종수 선수의 경우처럼 한두차례 경기를 잘했다고 언론이 스타선수들을 지나치게 과대 포장해 선수 자신이 발전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 며 언론에 대해서도 화살을 돌렸다. 히딩크 감독과 프로축구 감독들은 가능한 한 자주 만나 축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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