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불지르는 소방수 된 데릭 로우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대하던 거포의 영입과 새로운 투수진 구성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시즌 초반의 기세라면 라이벌 뉴욕 양키스를 물리칠 절호의 시즌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나왔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거듭난 데릭 로우가 심각한 부진에 빠진 것이다.

로우는 지난 2년간 57세이브를 기록했으며 2000시즌에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불리워도 손색이없을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방어율 5.40 2승 5패 3세이브의 믿기 힘든 부진이다.

로우가 부진한 이유는 볼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95마일의 패스트볼과 위력적인 변화구를 구사했던 그는 올 시즌 90마일의 패스트볼과 힘없이 떨어지는 커브와 싱커를 던진다. 구위가 떨어진 상태라면 어느 투수라도 난타를 당할 수 밖에 없다.

로우의 부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 몇년간의 혹사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98년부터 시작된 과다한 투구수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선발과 릴리프를 오간 98년을 제외한다고 해도 마무리로 출장한 지난 2년간 기록한 200이닝의 투구는 지나치게 많다. 단순히 페이스가 늦은 것이 아니라 혹사가 원인이라면 로우의 정상적인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분업이 철저히 이루어진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투수들은 보통 승패에 관계없이 한 이닝만을 책임진다. 그러나 지미 월리엄스 감독과, 조 케리건 투수코치의 투수운용은 조금 달랐다. 한 해의 성적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팀 사정상 8회에 등판하는 횟수가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신시네티 레즈의 전감독 잭 맥키온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년간 팀의 릴리프투수들인 대니 그레이브스, 스캇 셜리반, 스캇 윌리엄슨 등의 투구이닝은 혹사 그 자체였다.

최근 3년간의 투구이닝을 살펴보면 그레이브스 283.2, 셜리반 321.3이닝으로 입이 벌어질 정도다. 비록 그레이브스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설리반은 '고무팔'이라는 별명을 얻고있지만 99시즌 신인왕 스캇 윌리엄슨은 이미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결국 로우의 부진은 최근 몇 년간 무리한 불펜운용을 거듭한 레드삭스 코칭스태프의 책임이 크다. 일단은 롤랜도 아로호를 긴급투입하여 버티고 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올 시즌, 주전 마무리의 부상은 팀 전력에 큰 차질임에 틀림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