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정·재계 간담회] 재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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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간담회에 참석한 30대 기업 구조조정본부장들은 거의 전원이 발언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에 앞서 정부에 '긴급 경제동향 점검과 정책과제' 라는 7개 부문 33개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개별 기업의 규제완화 목소리를 이날 장관들이 나와 직접 듣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는 기업규제 개선을 위한 총론보다는 각론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로 인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하는 현장 목소리가 가장 컸다. 기업들은 당장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불합리한 조항에 대해 예외를 가능한 한 많이 인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30대 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된 기업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포항제철 최광웅 전무는 "지난해 민영화 과정에서 자사주를 8.4% 매입해 자사주 전체가 15%에 이르는데 올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총액한도를 지키려면 자사주를 팔아야 할 형편" 이라며 "이 제도가 과도한 출자로 인한 기업 부실화를 막자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포철의 자사주 취득분은 예외인정을 해주는 식의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수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의견도 많이 냈다.

예컨대 ▶수출확대를 위한 기업 현지금융 보증지원 확대
▶동일계열 신용한도 규제(자기자본의 25% 초과 불허)
▶종합상사.항공업계 등 부채비율 개선
▶정보기술제품에 대한 역관세 시정 등을 요구했다.

특히 자동차.전자 업계는 해외수출 때 외상판매가 불가피한데 현지법인별로 한도가 묶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현지금융 제한 문제는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며 곧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부채비율 2백% 제한과 관련해서도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불만을 많이 토로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획일적인 부채비율 관리의 문제를 일정부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폐지 혹은 축소를 강력히 요구한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정부측이 '중.장기적인 검토사안' 이라며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래.홍승일.김남중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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