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영업외 비용 많아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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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이 장사는 1년 전보다 잘 했지만 이자를 갚고 주식투자에 물린 돈, 원화가치 때문에 손해본 부분 등을 빼고 나니 남는 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장사해서 얻는 이득(영업이익률)은 일본의 두배를 넘고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이득(경상이익률)은 일본의 절반, 미국의 15%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을 넘는 우리나라 3천2백94개 기업의 성적표다.

또 빚이 워낙 많다 보니 장사해서 버는 돈(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갚는, 이자보상비율 1백% 미만인 기업이 4대 그룹 계열사 4개를 포함해 5백72개로 전체 조사대상의 26.3%에 달했다.

특히 이들 기업이 떠안고 있는 차입금이 1백15조2천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절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기업들이 매출 확대에만 힘쓸 게 아니라 부채 축소, 환위험 최소화, 적정한 유가증권 투자 등 재무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0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 에 따르면 제조업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7.4%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매출액도 전년보다 15.2% 늘어나 1995년(20.4%)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을 빼고 환차손과 유가증권 평가손실 등을 감안한 경상이익률은 1.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이익으로 39조9천억원을 벌었지만 금융비용으로 ▶25조3천5백억원▶환차손으로 3조7천억원▶유가증권 평가.처분손실로 1조7백억원 등을 날리고 나니 경상이익은 7조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회사별로는 삼성전자가 전체보다 더 많은 7조9천억원의 경상이익을 냈지만 옛 대우그룹이 9조2천억원의 적자를 냈고 덩치 큰 현대그룹은 3백70억원의 이익에 그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대우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은 2.3%로 이들을 포함한 경상이익률 1.3%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의 경상이익률은 6.9%로 전년(8.2%)에 이어 여전히 높았지만 나머지 제조업은 전년(-0.2%)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0.4%)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백10.6%로 전년(2백14.7%)보다 4.1%포인트 낮아져 1968년(2백7. 5%) 이래 가장 낮았다. 그러나 이자보상비율 1백% 미만인 기업의 부채가 전체 부채의 절반에 달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일부 기업들이 과중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지난해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도 빚을 많이 갚았다기보다는 대부분 증자를 통한 자본 증가나 차입금 출자전환, 채무 면제 등 금융기관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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