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화론 펴낸 최원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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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철 교수는 “문명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질병과 환경 재앙을 불렀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의대 최원철(49) 교수는 말기암 환자를 고치는 한의사로 명성을 날렸다. 그랬던 그가 돌연 인문사상가로 불러 달란다.

 최 교수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의학이 포기한 말기암 환자 216명을 치료했다. 그에 따르면 그중 109명이 의학적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이상 생존했다. 52명은 13년 이상 산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우연이다. 향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처방하는 한방 항암제 ‘넥시아’에 주목했다. 넥시아는 과거부터 한방에서 사용한 암 치료제 이성환(옻나무 추출물)을 캡슐로 만든 것이다. 넥시아는 암이 혈관을 만들어 뻗어나가고, 암을 감싸고 있는 막이 녹아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넥시아는 암환자에게 치료의 방문을 열어주는 열쇠일 뿐”이라며 “암은 인간이 문명과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해 생긴 병이니만큼 암 치료는 결국 환자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병에 대한 사상과 철학을 녹여낸 책 『주화론(周和論)』을 펴냈다. 15년에 걸쳐 완성한 이론이다. 1000년 역사의 동양 생명사상과 말기암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접목해 집대성했다.

 최 교수는 “주화론은 인간·생태·문명이 화평할 수 있는 어울림을 만든다는 뜻”이라며 “특히 질병 원인을 문명의 급속한 발전과 생태 부적응으로 해석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질병을 문명과 연결 지어 바라본 사상은 드물었다.”

 주화론에 따르면 암 환자의 증가는 문명의 발전 속도와 비례한다. 최 교수는 “문명의 이기로 생활은 편해졌지만,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의 세포는 여기(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류의 70~80%를 희생시킬 암 대란이 시작된 이유”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생태학자들은 새로운 문명에 적응하려면 최소 10세대, 300년이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며 “김치·고추·커피를 먹는 것은 수천년 동안 적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문화·사상·이념을 바꿀 혁명적 세계관을 찾지 못하면 질병과 환경 재앙을 막을 수 없다”며 “바로 주화론이 새로운 세계관”이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주화론의 뿌리를 자연과 공존한 전통문명에서 찾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현재 틀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 교수는 “동양 생명사상의 지혜와 생태 적응에 성공한 300년 이상 된 살아 있는 전통문명이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고지신으로 생태에 적응하는 사례로 임신부를 꼽았다. 임신부는 태아와 자손만만대의 건강을 위해 인공적이고 새로운 것을 멀리한다. 음식부터 생활습관까지 생태에 적응한 선대의 방법을 따른다. 따라서 태교야말로 인간이 생태와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어 “임신부와 신생아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음식과 의약품을 가진 사람이 향후 1000년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말기암과 싸워 5년 이상 생존한 환자들의 생태 적응법을 소개했다. 그들은 유기농 인간이 됐다. 임신부가 태교하듯 생활하고, 동일한 스트레스를 피하며, 크게 웃었다. 본인에게 맞는 유기농 음식을 먹었고, 암 발생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을 버렸다. 자연을 벗 삼고, 약(藥)은 뒤에 차(茶)자를 붙일 수 있는 것만 먹었다(예를 들어 율무차, 녹차 등). 최 교수는 말기암과 싸워 이긴 환자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출산 열 번 한 것과 같은 힘든 과정을 감내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영웅이다.”

 최 교수는 인문사상서 주화론을 펴내며 소아환자만 치료한다. “암을 만든 것은 인간이다. 또 이 문명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런 문명 속에서 힘없이 신음하는 소아환자만 보겠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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