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단기 악재” … “기업가치엔 영향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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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그간 국내 증시에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주 애플이 미국 증시 사상 최고 시가총액 기업 자리에 오를 때 삼성전자 주가는 거꾸로 떨어지기도 했다. 3배 정도 차이를 보이던 두 기업 간 시가총액 격차는 최근 3.4배로 되레 커졌다. 특허 소송 판결이 가까워지면서 지난 2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4.06%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01%) 하락폭보다 컸다. 외국인이 주로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20~24일에만 1조96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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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미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업가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27일 열릴 국내 증시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해 코스피지수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결이 단기 악재”라는 데 일단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거란 희망 섞인 분석이 많지만 ‘삼성전자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유철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불리한 쪽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항소로 이어져 재판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판과 관련한 이슈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이미 대비하고 있고, 또 재판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추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강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장 주가가 눈에 띄게 내려갈 것”이라며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5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결이 예상보다 삼성전자에 더 불리하게 나왔지만 장기 파급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미 소송 이슈로 최근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 줄어든 상태”라며 “ 시장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슈였던 만큼 추가 급락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상금이 아무리 많아도 10억 달러는 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너무 편파적인 평결이 나왔다”며 “ 삼성전자의 통신 특허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의 특허침해에 관해 ‘고의적’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향후 판사의 판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우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주식투자부문 대표는 “이번 소송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디자인 특허 문제를 이번에 털고 나면 기술적 측면에서 많이 앞서 있는 삼성에 되레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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