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먹거리가 고민? 괜찮으니 그냥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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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 지식트리
296쪽, 1만4000원

한마디로 보석 같은 책이다. 무엇보다 당신에게 개운한 자유, 달콤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뒤숭숭한 도시 괴담으로 떠도는 먹거리와 관련된 공포란, 저자의 표현대로 “전혀 사실무근이거나, 적어도 지나치게 과장됐다.” 사실 서점가는 오래 전부터 먹거리 공포로 점령당했다.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 등 지음),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아베 쓰카사) 등 수두룩한데, 때론 ‘공포 상업주의’ 혐의가 없지 않다. 이들과 전혀 시각이 다른 이 신간의 결론부터 귀띔해드린다. 버터·크림·쇠고기·달걀 등 ‘위험하다고 소문난’ 음식을 포함해 세상의 먹거리를 적절하게만 즐기시라. 공포 괴담 자체가 알고 보면 ‘헛소리’이니까.

 음식 역사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먹거리에 대해 변하지 않는 (과학적) 원칙은 없다.” 지금 환영받는 과일과 채소. 꼭 100년 전만 해도 “영양소가 물보다 약간 더 많은, 쓸모 없는 식품”으로 취급 받았다. 완전식품으로 고평가 받던 우유, 요즘은 ‘일급 살인마’ 혐의를 받는 등 명성이 전 같지 않다. (291쪽)

 요쿠르트야말로 흥망성쇠를 겪어온 음료수다. 노벨화학상(1908년)의 권위에 빛나는 메치니코프가 첫 ‘펌프질’의 주인공이다. 생명 연장의 착한 박테리아를 찾아냈다는 그의 한마디에 시금털털한 요쿠르트는 기적의 식품으로 떴다. 140세까지 무병장수도 예언했다. 그건 좀 과장이었고, 김이 샜다. 참고로 메치니코프 자신도 71세로 죽었다.

 그러면 달걀은 완벽한 단백질 식품일까, 콜레스테롤 폭탄일까. 레드와인은 심장에 좋을까. 농약, 식품 첨가물, 식품 가공이 우리를 죽일 수 있을까. 흥미진진하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참고로 이 책 메시지는 명쾌하다. ‘걱정 끝! 마음껏 드시길~.’ 또 하나의 의문. 그럼 누가 이런 음식 괴담, 밥상 공포를 만드는 걸까.

 악덕 식품업체의 농간? 유기농을 사랑하는 웰빙족? 아니다.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다. 19세기 말 이후 우리는 식탁의 안전에 너무 과민해졌다. 보건 당국이나 가정학자 등도 자신들의 존재감 확인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헛소리를 했고, 신문·방송은 더욱 초를 쳤다. 고혈압에 피해야 할 음식, 피로 회복과 항암 효과에 좋은 비타민 등등. 교양 프로부터 다큐멘터리에서 고발 프로까지 어지럽지만, 이 책을 보니 마음 든든하다.

조우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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