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정보화 소외층 돕는 네트워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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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지중지하던 컴퓨터( ''여우'' 같은 컴퓨터로 표현)가 고장나 새 것으로 바꾼 뒤, 베란다 한구석에 먼지만 뒤집어쓴 채 애물단지가 된 채 있던 중고PC로 한동안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중앙일보와 센터가 펼치는 ''사랑의 중고PC보내기 운동'' 을 알게 돼, 자신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에게 낡은 PC라도 기증할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이 중고PC는 말끔하게 단장돼 정신지체아 가정에 전달됐고, 낡은 PC를 보고 환하게 웃던 두 남매의 웃음에 흐뭇했다는 것이다.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던 중고PC가 새 주인에게 희망의 숨결을 불어주고, 디지털 공간에서 삶의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고PC 보급 외에도 센터에서는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인터넷 무료교육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1997년 만들어진 ''정보화교육 강사지원단'' 이 전국 50여 우체국에서 실시하는 무료 교육의 하나다.

이런 디지털 봉사활동은 중고PC 보급과 함께 정보화 소외계층에게 디지털 세상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정보가 부의 근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보화 시대엔 더욱 그렇다.

예전의 시골에서는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였다. 땅이 바로 부의 척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파트나 집이 얼마나 크고 많은지가 부의 상징이 됐다. 한때는 주식 가치가 이 지표에 들어갔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 사회인 지금은 정보를 누가 먼저 입수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부의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빈부.지역간 정보 격차가 현격하게 나타나면서 부의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결국 정보격차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제소득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회보장제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듯, 이제는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다. 국민 개개인이 노력해야 한다. 정보사회의 기본은 네트워크다. 혼자서는 진정한 의미의 정보사회를 만들어낼 수 없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정보복지 사회를 만들어 갈 때 참다운 디지털 세상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봉기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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