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포수들 자기계발로 '조로현상' 벗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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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30개팀 감독 가운데 현역 시절 대타자가 많을까, 명투수가 많을까. 답은 타자쪽에 가깝지만 정확히 지적하면 둘 모두 아니다. '가면의 용사' 인 포수다. 포수와 외야수 출신이 7명씩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외야수가 포수보다 세 배나 많은 것을 감안하면 포수 출신이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조 토레(뉴욕 양키스)와 3대(代)에 걸친 '메이저리거 집안' 인 밥 분(신시내티 레즈),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맡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벅 마르티네스 등은 현역 시절 포수였다.

포수는 '안방 마님' 으로 불린다. 팀 살림을 꾸려나가는 주체기 때문이다. 수비수 9명 가운데 포수 혼자서만 홈쪽이 아닌 외야쪽을 보고 있다. 투수를 마주보며 리드를 하고 상대 타자의 특성에 따라 수비 위치를 이동시키며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을 1차적으로 전달받아 수비수들에게 전달한다. 경기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에 '수읽기' 에 일찍 눈을 뜬다. 그래서 포수 출신 지도자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에는 포수 출신 감독이 없다. 전직 감독 가운데도 백인천 전 삼성 감독 정도가 현역시절 이름을 날린 포수였다. 국내 포수 출신 지도자들은 배터리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수석코치도 없다.

올해 프로야구 억대 연봉 선수가 무려 40명이나 되는데 포수는 박경완(현대) · 김동수(삼성) 두 명밖에 없다. 이들도 '살림 능력' 보다는 장타력을 앞세운 공격력을 평가받아 얻어낸 것이다.

포수를 살펴보면 대부분 20대다. 30대 포수는 31세 동갑내기인 김정민(LG) · 강성우(SK) 정도다. 포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박경완(29) · 홍성흔(24 · 두산) · 진갑용(26 · 삼성) · 김상훈(24 · 해태) 등은 아직 한창 눈을 뜰 나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초창기를 주도했던 이만수 · 유승안(이상 미국 유학중)과 장채근(해태 코치) 등은 현역 후반기에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을 떴지만 장타력이 쇠진해지면서 포수 마스크를 이내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했다. 이후 대부분의 포수는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곳간 열쇠' 를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조로(早老)현상이 프로야구계에 일반화했다.

국내 포수들도 타력이 약해졌다고 해서 유니폼을 벗을 것이 아니라 능력을 충분히 살려 30대 중반까지 현역을 연장시켜볼 만하다. 그게 차별화된 자신들의 수비 위치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길이며 훗날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편이다. 힘내라 마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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