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행복한 컵스의 고민 '1루는 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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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즌 초반 21승 15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지키고 있는 시카고 컵스.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은 컵스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매트 스테어스(33), 론 쿠머(34), 훌리오 줄레타(26)가 지키는 1루수.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체력부담이 큰 포수가 3명인 경우는 종종 있지만 컵스와 같이 1루수가 3명인 경우는 좀처럼 드문 경우다. 문제는 이들 중 어느 하나도 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시즌 개막과 함께 주전 1루수로 나섰던 스테어스. 컵스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그를 320만달러에 1년 계약으로 그를 영입했을 때만 해도 마크 그레이스(36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떠난 좌타라인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한시즌 25-3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이 큰 매력.

그러나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영 아니올시다'이다. 그는 13일(한국시간) 현재 26경기에 출전하여 .229라는 저조한 타격으로 팀관계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특히 기대했던 홈런은 10일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겨우 첫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감감무소식이다. 그가 거의 우투수들만을 상대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심각성은 더하다.

론 쿠머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올시즌 스테어스와 플래툰 시스템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었던 쿠머지만 그 역시 부상의 후유증으로 지난 시즌 미네소타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5경기, 20타수 8안타, 타율 .267, 2타점)

그나마 셋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줄레타다. 최희섭의 라이벌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줄레타는 시즌 초반 스테어스와 쿠머의 부진을 틈타 이미 28경기에 출전하였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출전한 경기수(30경기)에 근접할 만큼 출전기회를 많이 잡고 있는 줄레타는 타율은 .254로 높지는 않지만 홈런을 4개나 날려보내면서 구단과 팬들에게 자신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28경기, 59타수 15안타, 타율.254, 4홈런, 16타점)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컵스의 돈 베일러 감독이 어떤 식으로든 1루 포지션을 정리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바 이 세 선수들 중 누군가는 트레이드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애당초 가장 트레이드에 대한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선수는 스테어스였다. 장타력이 아쉬운 몇몇의 아메리칸 리그의 팀이 그를 지명타자로 기용하기 위해 그를 탐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320만달러라는 높은 연봉과 컵스내에 토드 헌들리(31)와 스위치히터인 빌 밀러(30) 외에 마땅한 좌타자가 없다는 점, 그리고 팀이 포스트시즌의 진출 가능성이 보임에 따라 큰 경기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그의 트레이드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줄레타에 대해 트레이드가 서서히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리플 A에서 최희섭이라는 또다른 1루수 유망주가 쑥쑥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컵스는 시즌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면 그를 대가로 경험이 많은 베테랑 대타요원을 영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쿠머는 3루수비 백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트레이드 가능성이 적다.

앞으로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시카고 컵스의 1루가 교통정리될 것인가. 어떤 형태가 되든지 간에 그 결과는 최희섭의 빅리그 입성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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