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건설사 동반부실 부추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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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최저가 낙찰제도(1천억원 이상 공공공사 대상)가 오히려 건설업체들의 덤핑 수주만 부추기고 있다.

덤핑을 해서라도 공사를 따야 하는 절박한 업체들이 많다보니 정상적인 공사가 힘든 헐값 수주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업계가 동반 부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낙찰금액이 부실공사를 피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검정절차를 강화하는 등 적정 공사비 보장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는 올해 1천억원 이상에서 내년 5백억원 이상, 2003년 1백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된다.

◇ 덤핑 수주=지난 3월 28일 최저가 낙찰제가 처음 적용된 인천 송도 신도시 기반시설공사 1-1공구(예정가 1천5백9억원), 1-2공구(1천2백70억원)등은 낙찰률(예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각각 58.05%, 59.74%였다.

지난 8일 입찰에 부쳐진 장항선 온양온천~장항 노반개량공사 4공구(1천9백48억원), 5공구(2천6백55억원)등도 낙찰률이 60.83%, 60.31%에 불과했다. 더 내려갈 수도 있었으나 이달에 정부가 낙찰률이 60% 미만이면 계약 때 꼭 필요한 공사이행보증을 거부토록 관련규정을 강화해 이 정도에 머물렀다.

이날 입찰에 참가한 45개 업체 중 최저가 낙찰제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의 공공공사 평균 낙찰률(예정가 대비 75%) 이상을 써낸 업체는 세곳에 불과했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 후 시행된 7건의 대형 공사 낙찰률은 모두 58~60%에 머물렀다.

◇ 문제점 및 대책=정부는 지난해 업체들의 담합방지를 위한 개혁 정책으로 최저가 낙찰제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입찰금액이 너무 낮으면 공사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낙찰률 60% 이상인 경우에만 공사수행을 보증하는 공사이행 보증서를 발급해주도록 했다.

이 보증서가 없으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입찰보증금(입찰금액의 5% 이상)을 날리는 것은 물론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의 제재를 받는 부적격업체로 판정된다.

이에 따라 자금사정이 좋은 대형업체들은 보증거부 선에 안걸리기 위해 입찰금액을 높게 써내는 반면 돈이 급한 중소업체들은 부적격업체가 될 각오를 하고 값을 낮춘다.

공사이행 보증기관으로 선정된 건설공제조합과 서울보증보험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회사들이 주주여서 되도록이면 보증을 서주려는 입장이고, 서울보증보험은 공적자금이 투입될 정도로 경영이 부실해 업체들의 공사수행 여부를 따질 입장이 못된다고 건설업체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낙찰 업체의 공사수행 능력을 철저히 따지는 적격심사를 강화하든지, 적정 공사비를 보장해주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영진 전문위원.강황식 기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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