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 현대그룹 회장단 사업영역 갈등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정몽구(MK)회장의 현대차그룹과 기존 정몽헌(MH)회장의 현대그룹이 사업영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현대정보기술.금강기획 등 현대 계열사에 맡겼던 완성차 운송.광고대행.전산업무를 현대차 계열사로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http://www.hyundai-motor.com)는 명실상부한 계열분리를 이루겠다는 입장이지만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미묘한 마찰을 빚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 매출의 15%, 현대정보기술의 20%, 금강기획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지난 2월 출범한 종합물류회사인 한국로지텍은 최근 영업에 들어가면서 배를 빌리는 용선을 통해 기존 현대상선이 대행하는 완성차 운송의 대행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로지텍은 사업목적에도 '완성차 수출 및 부품.상품 수출입' 을 명시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현대.기아차 물량의 80%인 90만대를 해외로 운송, 여기에서 올린 매출만도 5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상선 경영에 불안 요인이 있어 한국로지텍을 빨리 키우기로 했다" 며 "서로 가격경쟁을 시켜 물류비를 절감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측은 "현대상선이 세계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는데도 현대차가 경쟁력이 없는 한국로지텍에 물량을 모아 준다면 계열사의 편법지원으로 봐야 한다" 고 반발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전산 용역비로 연간 1천억원을 지불하는 현대정보기술과 3년간 계약을 파기하고 하반기에 자회사 오토에버닷컴(http://www.autoever.com)으로 전산실 인력을 이관하려고 한다.

현대차의 경우 전산실이 별도로 있었으나 1999년 하반기 MK체제로 재편하면서 현대정보기술에 전산 용역을 맡겼었다.

경영의 속사정까지 알 수 있는 전산정보를 현대그룹에 계속 맡기기는 곤란하다는 게 현대차측 입장이다.

현대차는 또 금강기획이 대행 중인 광고도 2~3년내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금강기획의 대주주인 영국 CCG그룹은 두 그룹의 갈등을 막기 위해 MH사람인 채수삼 대표이사 사장과는 별도로 현대차 부문을 독립시켜 현대차 출신의 채갑병씨를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금강기획측은 "최대 광고주인 현대차에 대한 서비스" 라며 "분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고 주장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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