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침체 영향…자산매각 잇단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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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중인 자산 매각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인수 의향을 내비치던 기업들이 국내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협상을 중단하거나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http://www.medison.com)은 올 상반기 안에 벤처투자와 제조업 부문을 두 회사로 나눌 계획이다. 8백억원에 이르는 단기부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1996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초음파 진단기 제조업체인 크레츠테크닉의 지분(65%)을 내놓았으나 사려는 외국업체가 선뜻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크레츠 지분을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인 GE나 필립스 등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해외경기가 침체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이수화학(http://www.isu.co.kr)은 세제원료 공장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넘겨 외자를 유치하려고 하지만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미국업체 등 외국기업과 6개월 이상 매각협상을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고 밝혔다.

이수화학은 외자를 유치하면 향후 5년간 1천5백억원을 투입키로 한 생명공학 분야에 배정해 바이오 전문업체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진전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일진그룹(http://www.iljin.co.kr)은 적자 사업부인 ㈜일진 알루미늄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국내 알루미늄 새시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대신 본사 영업부를 생산공장이 있는 충남 아산으로 이전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일진은 알루미늄 사업부가 지난해 매출액이 4백억원이었으나 70억원의 적자를 낸 데다 6개월 이상 노사분규를 해 한때 공장폐쇄를 검토했었다.

세풍제지(http://www.sepoongcorp.co.kr)가 다국적 제지업체인 보워터와 벌인 매각협상도 결렬됐다.

보워터는 세풍이 유휴설비를 정리하고 인원을 줄이지 않을 경우 회사인수가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회사와 채권은행단에 통보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세풍제지 관계자는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성과가 없다" 며 "영업이 잘돼 경영상태가 다소 나아졌지만 회사가 팔려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고 말했다.

세풍제지는 지난달 말 임직원(5백40명)의 40%를 감원하고 일부 지종(紙種)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김영식 전무는 "기업들이 일단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정했으면 가격에 연연하지 말고 빨리 협상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고윤희 기자 y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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