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다국적 담배업체 유치놓고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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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다국적 담배회사를 유치해 단지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꾀할 것인가, 외산 담배에 대한 부정적 국민 정서를 고려, 받아 들이지 말 것인가" 외국산 담배 업체의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유치 여부를 놓고 충북도가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7월 담배 제조 독점권 폐지를 겨냥, 본격적인 국내 진출 채비를 하고 있는BAT(British American Tobacco)코리아(사장 존 테일러)가 최근 도에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입주 희망 의사를 밝혀왔기 때분이다.

던힐, 쿨, 켄트, 휘네스 등의 세계적 지명도를 갖고 있는 담배를 판매하는 영국계 다국적 담배회사로 지난 88년 국내에 진출한 BAT는 연차적으로 10억달러를 투자,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대규모 담배 생산 공장을 건설, 국내와 중국 시장 진출의 거점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 경제적 측면만 고려한다면 도는 쌍수를 들고 이 업체의 입주를 환영해야할 처지이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데도 공장 용지 분양률이 겨우 50%를 넘어서고 있어 용지 분양을 위한 홍보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세계적인 담배 회사가 자진해서 입주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이다.

이 업체의 입주는 다양한 협력 업체의 추가 입주도 기대돼 공장 분양이 탄력을받을 수 있고 고용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데다 담배 원료인 잎 담배를 충북에서구매할 경우 담배 경작 농가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경제적 파급 효과에도 불구, 도가 이 업체의 입주를 주저하는 것은 `굴뚝산업'인 담배 공장이 입주할 경우 `첨단과학산업단지'를 표방한 오창단지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다.

도는 이 곳 입주 업체들을 정보통신 분야 업체들로 선별, 이 단지를 기존의 산업단지와는 구별되는 `정보통신의 메카'로 조성할 생각이었다.

더 큰 고민은 경제 불황에도 불구, 외국산 담배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외산 담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판에 오창단지가 `외산 담배 국내 진출 거점'으로 인식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잎 담배 생산농가나 시민단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알 수 없어 도는 BAT의 입주 허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오는 7월 담배 시장이 개방되면서 BAT는 오창이 아니더라도 국내 어딘가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며 "어차피 국내에 진출한다면 오창에 입주시켜, 단지도 활성화시키고 고용 창출을 기대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면서도 "다국적 담배회사의 입주에 대한 도민 정서가 부정적일 수 있어 각계 여론을 수렴한 뒤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청주=연합뉴스) 박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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