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주 동행한 김정은, 단순한 쇼 아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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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뉴린제 교수(左), 쑨저 교수(右)

“김정은의 최근 행동은 단순히 쇼가 아니라 점진적이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중국·한국·미국은 압박하기보다는 김정은이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인 산둥(山東)대 한국학원 뉴린제(牛林杰)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센터장 신정승)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22일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여성들이 과감한 노출 패션을 선보이고 김정은이 부인(이설주)을 공개 행사에 대동하는 것은 과거 북한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김정일은 길일성 주석 밑에서 몇십 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아 아버지 시대의 방식에 물들어 자신만의 변화 시도를 제대로 못했지만 김정은은 약 2년간 김정일의 영향을 받았고 유럽 유학경험 등으로 충분히 변화를 시도할 조건이 있다”고 했다.

 지난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방중에 대해선 “북·중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성택 방중 이후 중국 단둥(丹東)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건설 중장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회복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북·중 관계에 대해 그는 “중국은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북·중 관계를 재정립해 정상적인 국가와 국가의 관계로 가려고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와 함께 학술회의에 참석한 쑨저(孫哲)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4월에 북한을 방문했는데 분명한 변화가 감지됐다”며 “김정은이 진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한은 민생 개선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쑨 교수는 “주변국의 권력 변화가 마무리되는 내년에 북한엔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장성택의 방중 이후 김정은 정권은 정통성에 대해 중국의 지지를 얻었다”며 “김정은이 푸틴과의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지지를 얻으면 변화에 더욱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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