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신도시에서 976가구 분양에 고작 한명 청약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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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기존 아파트의 급매물, 미분양 아파트가 조금씩은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매매가도 약보합세로 돌아섰구요. 그런데 청약률 제로(0)를 기록했다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김포시 장기동 A공인 관계자)

최근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에 나섰던 공무원 아파트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분양에서 단 한가구가 청약했고 일반분양에서도 순위 내에서 청약률 제로(0)를 기록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 포문을 열었던 김포한강 상록아너스빌 얘기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74~84㎡형으로 구성된 976가구 규모의 중소형 아파트다. 이 가운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분양분은 절반 가량인 469가구다. 나머지 절반은 일반분양분이었다.

공무원 대상 아파트여서 홍보를 안 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청약 결과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여서 일반 신문지면에는 광고를 하지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분양공고 이전과 이후에 각 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분양을 알리면 공무원들이 청약에 나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들은 견본주택을 짓지 않습니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김포한강 상록아너스빌의 견본주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사이버 견본주택을 들어가보는 것도 문제다.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아파트 이름만 검색하면 사이버 견본주택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일반 아파트들과는 달리, 이 아파트는 분양 공고문에 명시된 사이버 견본주택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에 나섰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김포한강신도시 현지에서 조차 이 아파트의 분양 사실을 모르고 있을 정도로 홍보가 돼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반 가량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분양을 해야 함에도 사이버 견본주택 접속을 어렵게 만들었다거나, 분양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깜깜이 분양(청약률이 저조할 것을 우려해 일부러 분양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깜깜이 분양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대적으로 공개적인 분양에 나섰다가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해 미분양 아파트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면 향후 미분양을 판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위치 안 좋고 분양가도 비싸

상록아너스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입지와 분양가다. 상록아너스빌이 위치한 Ab-08블록은 김포한강신도시의 중심상업지와는 동떨어져 있는 데다 주변 아파트 용지도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전용 85㎡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지여서다.

주택경기 침체가 갈수록 악화돼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수요자들이 중소형을 선호하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건설사들이 중대형 용지의 매입을 더욱 꺼리기 때문이다.

분양가도 주변 아파트에 비해 비싸게 책정됐다. 상록아너스빌 건너편에서 경기도시공사가 분양한 김포한강 힐스테이트의 분양가는 3.3㎡당 910만원이었던데 반해 상록아너스빌은 3.3㎡당 940만원이다. 중심상업지구 인근의 아파트들의 현재 시세(옛 33평형 기준, 3.3㎡당 880만~900만원)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공무원연금공단 주택사업실 관계자는 "주택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아예 내지 않을 수는 없어 적정한 수준에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라며 "9월께 분양을 다시 재개할 계획이지만 인근 아파트 용지가 팔리지 않고, 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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